"스펙 안 봅니다" 달라진 은행권 채용 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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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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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열정, 역량, 소통'. 각 은행들이 최근 채용의 평가 기준을 삼고 있는 덕목이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금융 관련 자격증 등 소위 스펙(specification)으로 서류전형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일부 은행에서 오로지 '능력'만을 보는 채용 방식을 택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 프로그램 중 하나로 ‘당신을 보여주세요!’라는 일명 자기 PR대회를 신설했다. 열정과 역량을 지닌 인재를 찾겠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취지다.

지원자가 홈페이지에 자신에 관한 발표 내용을 기재해 접수하면 지원동기나 해당 주제만으로 심사를 통해 300명을 선발한다. 선발된 지원자들은 12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개최되는 채용설명회 전에 각 4분간 자신의 강점이나 가능성 등을 홍보하는 것이다.

이 대회에서 합격하면 하반기 공채 서류전형에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지난 3일에 지원자는 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4일 오전 하반기 모집 서류접수를 마감했다. 이번 채용에서 국민은행이 내건 평가 기준은 ‘3C’다. 소통능력(Communications)과 팀워크(Cooperation), 창의력(Creativity)을 통합해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통섭형’ 인재를 뽑겠다는 전략이다.

흔히 자격증이나 해외연수 경험, 인턴 경력 등을 기재하는 스펙 부문도 입사지원서 항목에서 삭제했다. 대신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만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은행에서 추천한 인문학도서를 가지고 토론형 면접을 하게 된다. 지난해에도 이 같은 면접 방식이 진행된 바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실제 지난해 하반기에 인문학적 소양평가를 통해 최종 합격한 신입행원이 각 영업점에서 높은 근무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통섭형 인재를 뽑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일명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수출입은행은 전문직행원 채용 전형에서 서류심사를 업무 관련 에세이 심사로 대체하기로 했다. 수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남북협력기금 부문 지원자가 대상이다.

수은은 이러한 열린 채용의 효과가 성공적이라고 평가되면 이를 타 부문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수은 관계자는 “소위 좋은 학교, 학점, 자격증으로 대표되는 기본 스펙이 되지 않으면 시험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응시자들에게 꿈, 열정, 잠재능력, 창의력만 있으면 수은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지원자들의 서류를 보면 인턴 경험이나 공모전 수상 경력 등 천편일률적이어서 스펙만으로 인재를 가려내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능력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도록 채용방식은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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