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최근들어 급속히 친해진 중국인 친구가 있다. 베이징시 인민정부에서 처장급(우리나라의 과장급)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가끔씩 기자에게 중국 경제정책에 대한 뒷이야기들을 자세히 해주곤 한다.
지난 3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을 애초의 7.8%에서 7.7%로 수정했다. 2012년 GDP에 대해 1단계 검증을 해본 결과 국내총생산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GDP는 올해 1월에 발표했던 51조8942억위안보다 380억위안(한화 약 7조원)이 적다는 게 통계국의 발표다.
중국내 매체들은 이는 중국이 경제통계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중국 통계국은 GDP 통계에 대해 추가 검증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 수정작업에 따라 지난해 GDP가 또다시 늘어날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월 발표된 지난해 GDP를 8개월이 지난 9월달에 수정해서 발표한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1월 발표한 수치가 정정됐고, 앞으로도 또 정정될 가능성도 있다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냐"며 앞서 소개한 중국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7.6% 이상으로 맞추는 게 보기가 좋지 않겠는가”라는 게 그의 대답이다. 지난해 GDP 총액을 줄여놓아야지 올해 GDP 성장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는 뜻이다. 국가통계국이 고의로 수치를 조작했음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이는 일종의 ‘분식’에 해당된다.
그에게 “국가통계국이 수치를 조작한 것인가”고 따져묻자 그는 정색하며 “그런 뜻은 절대 아니다”고 극구 부인했다. 화제는 중국이 발표하는 통계수치의 신뢰성으로 넘어갔다. "중국의 통계를 믿어도 되는가"라고 묻자 이 친구는 "중국의 통계는 대체적으로 신뢰할 만 하다"고 말했다. 도대체 '대체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 그에게 재차 물어보자 그는 좀더 자세히 설명했다.
우선 중국에서는 실적이 좋으면 다소 낮춰서 보고했다가, 실적이 낮은 시기가 닥치면 다소 높여서 보고한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공무원 인사평가가 몰려있는 10월과 11월에는 실적을 높게 보고하고 12월과 1월에는 낮게 보고한다. 또 지방정부 지도자들의 임기첫해에는 낮게 보고했다가 임기말이 가까워올수록 높게 보고한다. 임기 첫해 실적이 좋으면 두번째해 목표량이 높아져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보고의 높낮이에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모든것을 합해놓으면 정확한 수치라는 뜻이다.
그가 말한 '대체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표현은 결국 외국인의 눈으로 볼때, 중국의 통계수치는 그다지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말에 다름없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다수 국가의 많은 연구기관들은 매일, 매주, 매달 중국국가통계국이 내놓는 수치를 보고 중국경제를 판단하며 전망한다. 기초자료에 정확성이 결여됐다면, 분석결과 역시 100% 신뢰할 수 없는 게 당연지사다.
중국은 서방세계가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경착륙 예상의 기저에는 신뢰할 수 없는 통계수치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