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이같은 사건들을 불황이 빚어낸 결과로 보고 있다. 업황은 저조한데 실적경쟁이 날로 심화되면서 우울증과 모럴해저드(도덕덕해이)가 기승을 부린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우리카드 직원이 회사 입주 건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개발팀에서 일해 왔던 이 직원은 평소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달 25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30대 후반의 남성이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서는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감독원 출입증이 발견됐으며 '7년 동안 이어온 악연에 힘들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자살하니까 부검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불황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았다는 게 금융 노동조합들의 시각이다. 특히 성과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금융권에서는 생계 등 경제적 어려움까지 맞물리면 그 중압감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노조 관계자는 "실적이 나쁘면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은 예삿일"이라며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하루 하루가 실적경쟁 및 평가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불법·편법을 동원한 각종 모럴해저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까지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의 비위로 인한 금융사고 피해액이 101억원을 넘었다.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증권사는 잇단 횡령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초 경기도 소재 한 지점에서 대리급 직원이 고객 돈 21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회사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 해당 직원은 횡령한 돈을 주식워런트증권에 투자했지만 대부분 손실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에는 한화투자증권 직원이 고객 돈 2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본인이 관리하던 고객계좌의 비밀번호를 알고 돈을 찾은 것이다. 앞서 지난달 초 고객 자금 100억원으로 주식투자를 하다 대규모 손실을 낸 하나대투증권 직원은 자살을 시도한 뒤 잠적했다.
이같은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금감원이 내부통제 점검 등을 강화하라고 지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다. 개인의 책임 문제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금융당국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거래 상황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는 내부정보시스템을 강화하고, 개인은 물론 기관에 대해서도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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