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씨의 경우처럼 부모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종잣돈으로 생애최초 주택 혜택을 받아 집을 장만하려다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재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4·1 부동산 대책에 따라 연말까지 취득세가 면제된다. 김씨의 경우 거주 중인 전셋집의 매매 시세는 2억9000만원 정도. 취득세 1%를 적용하면 290만원가량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2년 전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은 김씨가 주택구입 시 내야 하는 증여세는 총 1000만원에 이른다. 증여받은 1억원 중 면세 한도를 뺀 7000만원의 10%인 700만원에, 제때 납부하지 않아 발생한 가산세 20%, 불성실납부가산세(1일당 0.0003%)를 더한 금액이다. 증여세를 제때 내지 않은 것이 잘못이긴 하지만 국민 통념상 이를 자진납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현재 직계존속에 대해 3000만원까지인 증여세 면제한도는 20년째 변치 않고 있다. 내년부터 한도가 5000만원으로 상향된다지만 주택매매 활성화가 시급한 부동산시장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1990년대에는 3000만원으로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5000만원으로 원룸 하나 구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택매매에 한해 증여세 면세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녀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에 대한 증여세 면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자녀의 주택구입자금에 대한 증여세를 면제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며 "신혼집을 부모가 마련해준다는 사회통념상 부분적으로라도 증여세 면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여세 한도가 낮아 많은 서민들이 잠재적인 탈세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증여세 한도가 3000만원으로 책정된 지 20년이 지났다"며 "내년부터 5000만원으로 상향되긴 하지만 여전히 낮아 상당수 부모들이 불성실 납세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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