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창조경제 지원의 선봉장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기존 제도나 행사에 개념을 끼워 맞추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최근 창조경제 지원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거나,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창조경제가 국내 경제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창조경제는 창의적인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문화와 정보통신기술 등 신기술과 결합하고, 산업과 산업, 문화와 산업을 융합해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시장과 산업,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며 “일자리 창출을 통한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시스템을 토대로 한 창조경제 구현 등과 같은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1금융권에 속하는 은행들은 실질적인 창조경제 지원 보다는 정부의 비유를 맞추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특히 업무 자체가 기업금융 위주인 국책은행과 달리 소매금융이 주업인 시중은행들은 새로운 지원책을 고안해내는 대신 기존 경영정책을 재활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한 은행은 6회째를 맞은 취업박람회의 이름을 '우수기업 창업박람회'에서 '창조기업 창업박람회'로 바꿔 진행했다.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전의 행사와 큰 틀은 달라진 것이 없다.
또 다른 은행은 그린 리모델링 활성화를 골자로 한 국토교통부와의 단순 업무협약에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는 타이틀만 얹었다.
이들 은행 외에도 대다수 은행들은 창조경제 자체를 지원하기 위한 행사 보다는 으레 있는 행사를 활용해 창조경제 지원 동향을 부각시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이나 일자리 창출 관련 행사에는 마치 수식어처럼 창조경제는 단어가 따라 다닌다.
창조경제 지원이 은행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줄곧 창조경제 지원을 주문하고 있지만, 아직도 창조경제의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부의 정책에 따른 수동적 지원이 얼마나 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한국경영학회가 국내 경영학자 250여 명을 대상으로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 인식'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67.9%가 '모호하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는 △모호한 개념이며 특별한 내용도 없다(24.1%) △상당히 모호한 개념이며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다(20.9%) △모호하지만 필요한 개념(22.9%) △새롭게 정립시켜야 할 중요한 개념(19%) △한국 경제에 반드시 필요한 개념으로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13%)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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