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가 만약 11억원으로 집을 구매한다면 같은 단지 전용 84㎡형으로 면적을 줄여야 한다. 또 8·28 대책에 따라 향후 영구감면되는 취득세율을 적용하면 11억원의 3%인 3300만원의 취득세를 내야 하고, 공인중개사에게 중개수수료도 상한요율 0.9%(990만원) 내에서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다 매년 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도 부과된다. 도곡렉슬 전용 84㎡형의 공시가격 9억4400만원을 기준으로 표준세율 과세액을 따져보면 1주택자의 경우 지방세 163만5600원에 종합부동산세 및 농어촌특별세 등 국세로 10만9824원 등 총 174만5424원을 보유세로 납세해야 한다.
박씨처럼 주택 구매 여력이 있음에도 전셋집에 살고 있는 고액 전세자에 대한 과세 논란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국세청이 일부 고액 전·월세 세입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돌입한 것도 과세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최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일부 서울과 지방의 2~3억 주택 보유자는 매년 재산세 등을 납부하는데 강남의 반포·청담동 등 적게는 10억에서 많게는 30억 이상을 전세금으로 내고 사는 고액 전세자들은 전세라는 이유로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일반 서민과 동등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세법상 전세보증금의 경우 집주인에게만 일정한 범위에서 소득세가 과세된다.
정 의원은 "일정액 이상 고액 전세 입주자에게는 집주인이 내는 재산세만큼 이른바 전세금 보유세를 내게 해 주택 구매력이 충분한 사람들의 주거 무임승차를 어느 정도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고액 전세가 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전세 계약의 경우 세무 당국이 일일이 자금 출처를 조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증여세 등을 내지 않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고가 전·월세 세입자 가운데 탈세 혐의가 있는 56명에 대해 자금출처조사에 들어갔다. 10억원 이상의 전셋집에 살거나 1000만원 이상 월세를 내는 사람 중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이들이다.
부동산관련 정부 대책에서도 고액 전세는 사실상 '사각 지대'에 해당한다. 8·28 대책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임차보증금을 서울·수도권 3억원 이하, 지방 2억원 이하로 제한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에 대해 전문가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을 자산으로 볼 수는 있지만 물건이 아닌 채권이라는 점에서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세 보증금의 이자소득에 대해서도 이미 과세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액 전세자의 비중이 적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평균 전셋값이 9억원 이상인 아파트는 총 127만7766가구 중 1만1162가구로 0.9%를 차지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고액 전세자와 주택을 가진 일반 서민을 비교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들을 자연스럽게 매매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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