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민원감축이 오히려 블랙컨슈머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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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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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기로 새나간 보험금 4600억원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정부가 최근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민원 감축을 요구하자 보험사를 비롯해 카드사, 캐피탈사, 대부업계까지 서비스 및 제도를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나친 민원 감축 방안이 블랙컨슈머를 양산함은 물론, 금융사기 범죄까지 확산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보험민원감축 표준안을 발표했다. 표준안에는 공시 강화 및 전자청약 활성화 등 민원을 줄이기 위한 소비자 중심의 다양한 정책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금감원은 민원이 많거나 증가세를 보이는 회사에 대해서는 처벌방안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 보호체계를 강화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민원발생평가 하위등급회사의 민원감축을 위한 밀착관리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민원전담관리자 배치 및 강도 높은 관리를 통해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책이 금융사에 또다른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민원 감축을 악용한 블랙컨슈머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업계에는 민원 제기를 빌미로 보험금 지급을 압박하는 소비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이 적절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금감원에 고발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막무가내 민원이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카드사, 캐피탈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금융사들이 금융소비자 보호 헌장을 발표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제고하고 있지만 이같은 흐름에 따라 억지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보험사기라는 사회악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보험사기 발생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보험사기로 새나간 보험금액만도 무려 4600억원에 달한다.

과도한 민원 감축안이 오히려 보험사기의 확산을 부를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올들어 자동차보험료 할증지원금을 노린 보험사기, 병원장과 공모한 허위입원, 외제차를 이용한 자동차 고의사고 등 다양한 보험사기 수백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보험사기 수법이 진화하자, 손해보험사들은 지난달 보험범죄 신고포상금 최고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는 ‘보험범죄 신고포상제도 운용지침’을 개정하기도 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사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 및 개선 등을 서두르고 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원 감축이 소비자의 권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당연히 강조돼야 하지만, 보험사기나 블랙컨슈머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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