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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퍼펙트싱어VS'] |
대표적인 예로 방송인 김구라는 2002년 자신이 진행하던 인터넷방송에서 윤락가 여성들을 위안부 할머니에 비유하는 말실수를 저질렀다. 해당 사실이 공개되면서 ‘막말 파문’이 일자 김구라는 2012년 4월부터 10월까지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지상파 대신 케이블 채널 tvN의 ‘화성인바이러스’와 종합편성채널 JTBC 토크쇼 ‘썰전’에 출연했다.
거침없는 돌직구 화법이 허용되는 채널들을 통해 김구라는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친정이나 다름없는 MBC ‘라디오스타’로의 복귀에 성공했다. 케이블과 종편이 지상파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지난 2004년 위안부 콘셉트의 누드 화보로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이승연의 재기 발판 또한 케이블이었다.
두문불출하던 그는 2009년 Story on ‘수퍼맘 다이어리’에 출연해 가정과 직장에서의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워킹맘의 모습을 과시했다. 시청자 반응이 나쁘지 않자 2010년, 마찬가지로 케이블 Trend E 채널의 ‘이승연,이수근의 키친 로드’ MC를 맡으며 활동을 이어갔다.방송 복귀에 쐐기를 박은 프로그램은 처음 기회를 주었던 Story on 채널의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였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한 해당 프로그램은 주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모았다.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 같으면 출연하지 않았을 케이블을 통해 거부감을 줄인 이승연은 결국 MBC 드라마 ‘주홍글씨’ 출연에 성공한다.
하지만 성공적 재기도 잠시, 이승연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또 다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방송가에서 떠난 상태다.
지상파, 종편 채널 가릴 것 없이 종횡무진하던 개그맨 유세윤은 술을 마신 뒤 차를 몰고 직접 경찰서로 가 음주운전을 자백해 많은 팬들을 당황케 했다. 당시 MBC ‘라디오스타’, ‘SBS ’일요일이 좋다‘ 등 지상파 방송에서 고정으로 활약하던 유세윤은 해당 프로그램에 큰 차질을 빚어 방송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지상파대신 그가 택한 것은 역시 케이블. 그는 tvN ‘SNL 코리아‘를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자신의 음주운전 사고를 스스로 비판했다. 영화 ‘설국열차’의 패러디를 하던 중 교도소 출소 후 두부를 먹는 모습을 끼워 넣은 것. 그 외에도 지난 8월 30일 첫 방송된 tvN ’퍼펙트싱어VS‘의 MC를 김구라와 함께 맡으며 정식 방송 복귀를 알렸다. 첫 회에서 그는 “간단한 출발이라 믿고 있으며 복귀 전문 채널이다”라는 말로 여유를 과시했다. 사고 후 두 달 만의 일이었다.
연예인들이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구조는 간단하다. 지상에서 옮겨간 제작진,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전문 인력의 배치로 규모를 키우고 있는 케이블과 종편 입장에서 인지도는 높되 대중에게 잠시 외면 받고 있는 연예인은 유용한 ‘카드’이다. 눈에 띄지 않으면 쉽게 잊혀지는 연예인 입장에서도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활동 재개가 점점 쉬워지고 너무 빨리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케이블과 종편 채널의 ‘관대함’에 자라나는 아이들을 포함한 대중이 범죄와 부도덕을 가볍게 여기게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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