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예상된 결과였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임박한 데다 국내 경제상황이 지난달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금융시장의 눈은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쏠려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공식적으로 자산매입의 단계적 축소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 등 일부 신흥국에서는 이로 인해 이미 외국인 자본 유출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에 돌입하면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은 나라별 경제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호주는 경기침체 등을 감안해 금리를 동결했고, 자본 유출 등 외환시장이 불안한 인도네시아 등 몇몇 신흥국은 금리를 인상하는 추세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비교적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고 있다"면서 "통화당국으로서 경계심을 늦추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미국이 이자율 정상화까지 가려면 1년 정도는 걸리지 않겠나"라며 "유로존과 영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정상화 되려면 2~3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꿔 시장에 혼란을 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경제는 지난달에 이어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금리의 발목을 잡았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1.1% 성장해 2년여 만에 1%대로 올라섰다. 경상수지는 지난 7월까지 18개월째 흑자 행진을 기록중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흑자규모는 366억 달러로 전년 동기와 견주면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2분기 현재 전년동기대비 1.8%로 전 분기보다 0.3%포인트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4.6%로 전 분기 -11.9%보다 감소폭을 줄였다. 건설투자 역시 전년동기대비 7.2% 증가해 전 분기(2.4%)보다 확대됐다.
아울러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7%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는 1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1%대를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물가도 금리 변경에 대한 부담을 던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1.3% 상승했다.
김 총재는 "당초 2분기 성장률을 전기대비 1.0%, 3분기 1.1% 정도로 예상했는데 2분기에 이보다 올라갔다"면서 "성장경로는 예상대로 갈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