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3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에서 열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3고로 화입식’ 행사에서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현대제철 제공] |
아주경제(충남 당진) 채명석 기자= 숙원 사업을 완성한 기쁨보다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다.
13일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제3고로 화입식에 참석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날 기념사에서부터 “현대제철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7년 동안 총 9조9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차질 없이 추진해 약 2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말한 그는 3고로의 생명을 불어넣는 화입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제철 가공품의 품질 수준을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높여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입식의 감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백 년 동안 꺼지지 않을 불을 지피니 감회가 새롭다”며 “제철산업이 기계산업, 경제발전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기 이뤄진 일관제철소 공사는 당진 이후 당분간 국내에서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공사의 규모가 막대하기도 하지만 글로벌 철강업계의 설비 확충 경쟁에 따른 여파로 공급 과잉의 후유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은 당진 3고로를 계획보다 2년여 앞당겨 준공했다. 최고경영자(CEO)의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냐는 우려도 잠시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미 머릿속에 3고로 가동 후 계획을 세워뒀고 이를 실행했다. 따라서 정 회장의 ‘국가경제’ 발언은 일종의 당신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다짐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좌절의 역사로 기억되는 아버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전라남도 광양, 정 회장이 1996년 현대그룹 회장 취임후 첫 사업으로 추진했던 경남 하동 프로젝트의 필요성으로 내세웠던 것이 ‘경쟁을 통한 시장 확대’였다.
포스코 독점 아래에서 필요한 철강재를 공급받기가 어려웠고, 또한 가격 통제가 이뤄졌던 당시의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가 일관제철소를 운용하면 공급도 늘리고 가격도 낮출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였다. 2006년 당진에 일관제철소 사업을 시작할 때도 이 같은 목적은 그대로 이어졌고 이날 정 회장의 언급은 현대제철이 추구해야 할 목표가 ‘국가경제 기여’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다른 배경은, 이러한 목표를 지키면서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목적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까지 현대제철의 생산제품은 현대차 그룹 계열사에 판매되는 비중이 높다. 전체 회사 매출에서 현대하이스코 비중이 25%를 넘어섰고, 자동차용 외판재 등 강판 제품 전량이 모두 현대·기아자동차에 공급되고 있다.
그룹 의존도가 높았던 덕분에 현대제철은 고로 가동과 동시에 판로를 확보해 사업의 조기 안착이 가능했다. 다만, 언제까지 그룹에만 기대어 살 수는 없다. 계열사로의 공급 물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 조선사, 건설사 등 비그룹 매출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를 성취하지 못하면 정 회장이 내세운 ‘국가경제 기여’라는 현대제철의 목표는 반쪽짜리 성공에 머물게 된다.
3고로 화입을 끝으로 당진 프로젝트를 완료한 현대제철은 앞으로 정 회장의 지향점에 얼마나 빨리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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