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9월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덮쳤고,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안긴 것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의 악몽이 다시 떠오를 정도였다.
그러나 대공황까지 연상했던 비관론을 극복하고 세계 경제는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런데 지금 세계 경제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도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견고해진' 한국경제, 여전히 불안한 대내외 여건
'리먼 사태'가 발생한지 정확히 5년이 된 15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선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불안요인들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과거와 비교해 상당 부분 개선됐다. 올해 7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치인 3297억 달러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말 2012억 달러에 비해 1000억 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경상수지는 지난 7월까지 18개월 연속 흑자다. 정부 목표치인 올해 380억 달러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008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3370억원에 불과해 유출될 자금 규모도 크지 않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낙관만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시리아 공격 움직임 등 외부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내부요인으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증시도 불안한 상황이다.
디플레이션과 엔화 강세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려는 아베 정권의 경기회복 정책을 일컫는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밖에 중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 유럽 경제위기 등도 예의주시할 사안들이다.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가 최대 불안요인이다. 2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는 무려 980조원에 달한다. 올해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외화 유동성 관리' '수출과 내수 균형 발전' 절실
또다른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외화 유동성 관리에 주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흥국의 금융불안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은 거시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외화부문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어난 외국인 채권자금의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흥국 자금이탈에 따른 민간부문의 외화유동성 사정 및 자금조달 여건 악화 가능성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경제구조는 여전히 대외 의존도가 높다"며 "외환보유액만 늘리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크므로 미국과 다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도록 노력하고,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도 늘려 외화 유동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에도 지속적으로 신경써야 한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금리가 오르면 곧바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만큼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적인 발전 역시 중요하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 실장은 "내수 부문의 최대 현안인 가계부채의 연착륙이 소비둔화와 저축증가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수부진은 당분간 불가피 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출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아시아의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국제분업구조에 대한 대응, 수출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대외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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