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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전경. |
쿠알라룸푸르에서 33km 떨어진 사이버자야. 정부의 외자유치 지원책이 집중되는 첨단산업단지다. 이 곳에선 한화큐셀이 태양광의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면서 오토바이가 자주 눈에 띈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현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해 기름값이 리터당 600~700원에 불과하다. 한편으론 고속도로변에 바이오디젤로 쓰이는 오일팜 나무가 즐비해 기름값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또 주황색 뾰족한 황토 기와를 쓴 현지 전통 가옥들 중 일부는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한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공장은 주변이 황량한 외딴 곳으로 외로운 들개도 보였다. 여기엔 사연이 있는데, 공장의 현지인 직원들이 개와 고양이에 자꾸 먹을 것을 주기 때문이다. 태양광 공정의 청결 때문에 회사가 이를 금지해도 직원들의 착한 심성을 막을 도리가 없다고 한다.
큐셀 공장이 황량한 데는 이유가 있다. 원래는 모듈 신공장을 지으려고 했는데 어려운 시장상황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재로 인한 투자결정의 어려움으로 공터가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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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 공장 내부 천장에서 네모난 모양의 로봇들이 제품을 운반하고 있다. |
이날 큐셀은 베일에 가렸던 세계 최고 품질의 비결을 살짝 공개했다. 공정의 첫 단계에서 웨이퍼의 불순물을 검사하는데, 공급업체에서 이미 거치는 작업이지만 자체적으로 한번 더 한다. 공장 천장에는 번호가 적힌 로봇들이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웨이퍼를 운반해 주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한화큐셀 공장의 전 공정이 자동화돼 있어 불량률을 줄이고 보다 정교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이다.
특히 웨이퍼에는 TRA-Q라는 트래킹 마크를 찍어 전 공정 과정을 기록한다. 공장을 안내해준 류성주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장은 “어떤 웨이퍼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데이터화할 수 있는 세계 유일 시스템”이라며 “제품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곧바로 찾을 수 있고, 문제가 생긴 지점만 조치하면 돼 가동률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은 가장 깨끗하고 무한한 신재생에너지이다. 큐셀을 살린 것은 불황에도 착한 태양광을 고집했던 한화그룹의 사명감이었다. 누구도 인수하려 하지 않을 때 한화가 나섰던 것이다. 한화그룹은 사업을 통해 나라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사업보국’의 창업정신을 이어받아 어려운 태양광을 고수해왔다. 김승연 회장이 “태양광은 한화그룹만의 이익이 아닌 국가와 인류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흔들림 없이 사업에 매진할 것을 강조한데 따른 것이다. 결국 현재 한화큐셀은 설립 후 거의 드물었던 공장 풀 가동 상황까지 회복했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은 경상수지 적자를 겪는 현지에 외화벌이를 해주고, 현지인 채용으로 첨단기술도 전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 공장에 대한 부채 장기간 유예 등의 혜택을 준 것은 한화가 투기성이 아닌 장기적인 사업 운영에 대한 신뢰감을 줬기 때문이었다. 한화가 국가 대표 친환경 태양광 기업으로서 해외에서 착한 이미지를 쌓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현지인 직원들의 성품조차 착한 것은 궁합이 잘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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