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기업어음 출자전환(채권을 자본으로 전환)은 공정거래법상 대물변제 수령으로 볼 수 있어 상호출자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기촉법) 상계계약 방식에 의한 출자전환은 신주인수계약,상계계약 등이 포함된 형태의 대물변제계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가 이번에내린 유권해석이다.
형식 논리로만 보면 출자전환을 상계로 해석해 상호출자금지의 예외사유인 대물변제와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적인 큰 틀에서 경제적 실질을 따져보면 대물변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대물변제와 상계 모두 민법상 채무이행 방식이지만 대물변제는 다른 형태의 급여로 채무를 갚는 것이고, 상계는 같은 종류의 채권·채무를 상쇄하는 것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하는 방식의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을 냈다가 공정위의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무산되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산업 기업어음(790억원 상당)을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지분 9.5%)하고 이를 시장에 내다파는 수정안을 내놨다.
이후 공정위는 금호산업 구조조정안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출자전환이 상호출자금지 예외(대물변제 수령)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금호석유화학의 유권해석 요청이 있어 해당사항을 검토해왔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업계에서 유사한 사례로 지목한 쌍용건설출자전환에 대한 2010년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전문가 의견을 들어 법리 검토를 해왔다. 당시 대법원은 출자전환을 상계로 봤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해당 판례는 기촉법상 상계계약 방식에 의한 출자전환 시 채권소멸의 범위 등을 다룬 것이지 기촉법상 출자전환의 전체적인 법적 성격이 대물변제가 될 수 없음을 판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결정이 판례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호산업의 상호출자는 계열 확장이나 지배력 강화 의도가 있는 상호출자와 달리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 결정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며 “이는 상호출자금지의 규제 취지에 비춰봐도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공정위가 아시아나의 금호산업 기업어음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대물변제로 판단했기 때문에 두 기업은 출자전환으로 발생하는 상호출자를 6개월 안에 해소하면 된다.
이와 관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취득하게 되는 주식에 대해 채권단의 결의를 거쳐 6개월 이내에 처분토록 하겠다”고 공정위에 입장을 전달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공정위가 기업어음의 출자전환을 대물변제로 해석한다는 가정 아래 경영정상화 동의 절차를 완료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은 추석 이후 신속히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권단과 마찰을 빚어온 금호석유화학이 공정위 조치에 반발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지분율 12.6%)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동생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다.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에는 채권단이 보유한 무담보 채권 508억원을 출자전환하고 금호산업 자회사(지분율 30.08%)인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금호산업 기업어음 790억원 어치를 출자전환(13.0%)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금호산업 등기이사로 선임하고 우선매수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102개에 달하는 채권단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의결권 5.69%)이며 우리은행(8.82%), 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6.91%), 농협은행(5.89%) 등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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