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에버랜드 빅딜로 삼성 사업구도 재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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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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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과 에버랜드의 패션사업 양수도 거래로 삼성그룹 후계 구도 재편의 중심에 서게 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아주경제 이재호·이재영·강규혁 기자= 삼성그룹에서 오랜만에 빅딜이 성사됐다. 제일모직과 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주고 받기로 한 것이다.

패션사업을 떼어낸 제일모직은 글로벌 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또 에버랜드는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 패션사업까지 추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의·식·주를 모두 책임지는 진정한 의미의 소비재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특히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고, 에버랜드는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와 계열사 간의 지분출자 구조에서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는 큰 의미를 갖는다.

향후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및 후계구도 정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재계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건희 회장 "소재사업 경쟁력 키우라"…10개월 만에 성과

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에버랜드에 넘기기로 한 것은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8일 전자부품 및 소재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 하며 "삼성의 5년, 10년 후를 책임질 신수종 사업과 소재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스마트폰과 TV 등 세트 부문에서 글로벌 1위에 올랐지만 부품·소재의 경쟁력이 따라오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이미 전체 매출의 73%가량을 전자재료와 케미칼 등 소재사업에서 거두고 있다. 특히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의 충실한 조력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직 역량을 결집하는 데 방해가 되는 패션사업을 정리한 것은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 회장이 소재사업 경쟁력 강화를 요구한 지 10개월 만에 미래전략을 확고히 한 셈이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넘겨받게 된 에버랜드도 남는 장사를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크게 레저와 FC(급식·식자재), E&A(부동산·건축·조경) 등으로 사업구조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 패션까지 가세할 경우 의·식·주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기업이 된다. 매출 규모도 패션사업이 다른 사업보다 커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새로운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는 이번 빅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기업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

◆ 에버랜드 누구 품으로…삼성 후계구도 바뀌나

제일모직과 에버랜드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보다 더 큰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이번 거래로 삼성 후계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다.

핵심은 이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거취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이후 패션사업에서 대부분의 커리어를 쌓았다.

최근 제일모직이 소재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관련 업무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패션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부사장이 패션사업을 따라 에버랜드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이미 에버랜드의 경영전략 담당 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의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 두 사람 모두 에버랜드 지분을 8.37%씩 갖고 있다.

기존에 회자돼 왔던 '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호텔·레저는 이부진 사장, 패션·소재는 이서현 부사장'이라는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 부사장이 패션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에버랜드 전체를 경영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장은 호텔신라 경영에 매진하면서 현재 고문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 등 그룹의 상사 부문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이 부사장이 에버랜드의 경영은 언니에게 맡기고 패션사업에만 주력할 수 있다. 각자 장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사장이 에버랜드로 옮기지 않고 제일모직에 남아 소재사업의 역량 확충에 힘을 쏟는다면 기존 후계구도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후계구도에 대한 이 회장의 복심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제일모직 패션사업이 에버랜드로 공식 이관되는 12월 1일은 사장단 인사가 겹치는 시점으로, 총수 일가 및 제일모직과 에버랜드 경영진의 거취는 그 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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