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의 첫 단계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예비입찰이 초반 흥행에서는 성공을 거뒀다. 지역 금융지주와 상공인연합, 대형 시중은행 등 당초 인수 의사를 내비쳤던 곳이 모두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후 5시에 서류 접수를 마감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예비입찰에 총 11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부산은행, 대구은행을 각각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BS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는 두 군데 모두 입찰제안서를 냈다. 경남은행 인수를 1순위로 염두에 두고 있지만 추후 실사 등을 거쳐 가치 평가를 해보겠다는 게 두 금융지주의 입장이다.
또한 지역 상공인들이 주축이 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와 IBK기업은행이 경남은행에, 광주은행에는 JB금융지주와 광주·전남 상공인연합, 광주은행 우리사주조합, 신한금융지주, 지구촌영농조합이 각각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유효경쟁이 성립된 데다 신한금융과 기업은행 등 덩치가 큰 금융회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이제 관건은 가격이다. 현재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인수가는 각각 1조2000억~1조3000억원, 1조1000억~1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두 곳에 모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BS금융과 DGB금융의 1순위 인수 대상은 사실상 경남은행이다. 두 곳 모두 오랫동안 경남은행 인수를 준비해왔기에 자금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환원을 주장하는 경남은행 인수추진위도 실탄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회는 구본준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설립한 트루벤인베스트먼트와 중동계인 자베즈파트너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경은사랑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했다. 지난 7월부터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경남·울산지역 970여개 기업체에서만 1조원이 넘는 투자 의향을 받았다.
지난해 이익잉여금 9조원을 경남은행 인수에 사용할 계획인 기업은행은 자금력만으로는 여타 인수 후보군들 사이에서 견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발생하는 자금 조달비용과 운용비용 상의 미스매치 문제 해결 등을 이유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태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68.9%의 지분을 소유한 국책은행이어서 기업은행이 인수할 경우 민영화가 아니라 사실상 '국유화'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업은행의 정부 지분은 예금보험공사의 경남은행 지분(56.9%)보다도 많다.
광주은행 역시 총자산 380조원의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신한금융이 뒤늦게 입찰에 뛰어들면서 인수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날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호남권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광주은행 인수전에 참여했다"면서 "철저한 실사에 기반한 합리적 가격 산정을 통해 광주은행 인수가 그룹 전체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올릴 수 있는지 면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향후 실사를 통해 최종 인수 확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JB금융과 상공인연합 등이 신한금융을 뛰어넘어 인수전을 완주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최고가 입찰'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역 사회 기여도' 등도 평가 배점에 포함하기로 했다. 가격 조건만 가지고 평가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지역 민심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환원을 거세게 주장하고 있는 지역 민심을 토대로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등 정치적 논리가 확대되면 이에 따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계열 지방은행 매각이 불발되더라도 우리은행에 편입하지 않고 예보의 자회사로 남겨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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