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게 가격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철회를 종용하는 등 이명박 정부 시절 비판받았던 'MB식 물가 때려잡기 방식'을 답습하던 박근혜 정부를 향한 기업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억지로 눌렸던 가격이 터지면 '통제불능'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새 정부가 정권 초기에 강력한 물가정책으로 고삐를 죄고 있었지만,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기업들은 참지 못해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윳값에서 시작된 생필품 가격 인상이 관련 제품들로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우윳값이 단지 신호탄이라는 점이다. 우유를 주원료로 쓰는 유제품 외에 라면·김치·콩나물·두부 등 일반 서민식품 물가도 덩달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민물가의 척도인 우윳값 상승은 가격 인상 욕구를 억누르고 있던 다른 식품업체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윳값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치즈·발효유·빵 등의 가격 인상에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발효유와 카페라떼·치즈 등의 가격 인상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밀가룻값 인상 등으로 지난 3월에 기습적으로 빵값을 인상했다가 정부의 압박에 인상을 철회했던 삼립식품 등 제빵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유제품이 아닌 일반 서민식품의 가격 인상도 점쳐지고 있다. 상반기 실적 악화와 과징금 소송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라면업계는 다음달부터 정부와 라면 가격 인상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라면 가격 인상은 지난 2011년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원화 약세, 밀가루·우유 가격 등 서민물가 인상 등으로 라면값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지난 여름 이상기온으로 배추 수급에 실패한 포장김치 업체들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을 자제했지만 실적 만회를 위해 조심스레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유·라면·김치 등 대표적인 서민식품의 인상 분위기는 결국 콩나물·두부·햄·참치 등 정부에 억눌려왔던 식품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책 여건이 달라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물가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경제논리에 따라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재점검·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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