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세련되지 못한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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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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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이 동양그룹 계열사 동양증권에 대한 특별점검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한 언론사의 보도로 알려졌다. 금융투자검사국 소속 직원들이 투입돼 동양증권의 유동성을 살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점검 이유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동양그룹과 관련해 동양증권에서 펀드 환매 등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대응 여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금감원이 동양증권에 대해 특별점검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양증권 고객들의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여기에 다음날 오리온그룹이 동양그룹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동양증권을 포함한 동양그룹 계열사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졌다.

동양증권 지점 창구는 고객들로 가득 찼다.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계좌에서 돈을 빼내기 위해 창구로 몰려든 것이다. 금감원이 특별점검을 실시한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 3조원이 넘는 금액이 동양증권에서 빠져나갔다.

금감원은 동양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 등 위험이 현실화되면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고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미리 구축한다는 의도였겠지만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크게 키운 꼴이 됐다.

사태가 커지자 금감원에서는 김건섭 부원장이 나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접 "(동양증권에 맡겨둔) 고객 자산은 안전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에 최수현 원장이 또 다시 간담회를 열어 "고객 자산은 안전하고, 펀드 등을 중도 해지하면 손실은 본인 부담"이라고 강조하는 등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금감원의 특별점검이 '폭탄 심지'에 불을 붙인 꼴이 됐다. 금감원이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 초기에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대응에 나섰다면 어떻게 됐을까? 금감원의 세련되지 못한 처사가 사태를 악화시킨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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