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기업은행과 신한금융지주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들은 여타 지역 금융지주사나 지역 상공인 연합체 등에 비해 자금력이 탄탄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이에 경남·울산지역과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참여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이들 은행을 지역자본으로 인수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현재 경남은행에는 경남·울산 지역 상공인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경은사랑 컨소시엄’이, 광주은행에는 광주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광주·전남상공인연합과 광주은행우리사주조합이 지역환원을 걸고 입찰 제안서를 냈다.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이 24일 기업은행의 경남은행 민영화 예비입찰 참여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 의장은 아울러 “경남은행은 역외에서 저리의 자금을 조달해 지역기업에 지원하고 있는데 기업은행이 경남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은 황당한 논리”라며 “기업은행이 계속 경남은행 인수를 고집한다면, 경남도민은 현재 도내 기업은행 불매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지난달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남은행이 지역에 환원되지 않으면 지역 정서가 폭발할 것”이라고 전했으며 23일 간부회의에서도 경남은행의 지역 환원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은행 노조 역시 최근 성명서에서 "기업은행이 경남은행 민영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경남은행을 국유화시키기 위한 금융당국과 기업은행의 지역금융 말살정책"이라며 "BS금융과 DGB금융도 경남은행 인수야욕을 포기하라"고 경고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역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것이 460만 경남도민과 울산광역시민의 염원”이라며 “다음달 10일 청와대와 국회에 도민 100만명 서명운동 결과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은행 지역환원을 위한 서명운동에는 108만7000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광주은행 노조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입찰 참여에 대해 "광주은행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고용 안정 등을 보장하는 것을 민영화의 요건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신한금융이 가져가면 이 원칙은 무너진다"면서 "지역 환원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광주은행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해 입찰에 참여했다.
또한 전라남도는 24일 민관 합동으로 ‘인수 추진위원회’를 구성, 도민과 기업들이 참여하는 국민주 방식을 도입하는 등 광주은행의 지역환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광주·전남상공인연합에 힘을 실어준다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광주은행 인수 우선협상권 확보를 위한 대정부 건의 △인수 촉구성명서 발표 △광주은행 인수 홍보 △인수자금 투자유치활동 △광주은행 사랑운동 △바이(BUY)-광주은행 등을 추진해 전 도민운동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체를 대상으로 ‘1사 10주 갖기 운동’을 펼치고 농협, 새마을금고 등 도내 금융기관과 협력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하는 ‘광주은행 살리기 펀드’도 조성한다. 도민을 상대로는 ‘1세대 1통장 갖기 운동’을 전개한다.
이와 관련해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시장논리에 의한 매각보다는 지역 자본에 의한 지방은행의 환원이라는 원칙이 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광주은행 인수를 과거 포철 한전 국민주 형태보다 더욱 성숙한 도민운동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은행의 국민주 방식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부실은행이 된 광주은행을 살리자는 취지로 지역민을 포함한 국민들이 주식을 샀다가, 완전 감자로 인해 2년만에 휴지조각이 돼 버린 기억 때문이다.
정성창 전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지방은행을 지역 자본으로 인수하고자 하는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과거 실패사례가 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방식에 대해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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