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의 항소심 결과를 둘러싼 법조계 안팎의 관측은 현재로는 엇갈리고 있다. 최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지만, 반대로 항소가 기각되거나 형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정반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의 혐의가 상대적으로 무죄 확률이 높았던 배임죄인 데 비해 최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은 횡령 혐의가 기소 항목에 포함돼 있고, 구자원 LIG 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를 받는 등 성질이 약간 다르기 때문.
더욱이 김 회장의 대법원 판결도 변호인측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이 원심의 일부 유죄 판결과 함께 무죄 판결도 다시 판단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이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른바 경영판단 원칙에 따라 이뤄진 행위가 결과적으로 성공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김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은 앞으로 있을 파기환송심에서도 치열한 법적 해석 논란을 예상케 하고 있다.
당장 27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최태원 회장도 법조계 안팎에서 의견이 팽팽하다. 최 회장은 1심 판결에서 횡령을 주도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이 선고된 바 있다. 최 회장측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법정 증언을 바라고 있지만 국내 송환이 불투명해 사실상 이번 선고에서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재판부도 범행의 핵심 인물로 인정했던 김 전 고문 없이 판결이 나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친다. 반면 최 회장이 횡령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항소심에서 펀드 조성과 선지급 사실을 시인한 만큼 최 회장측이 목표로 하고 있는 집행유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도 있다.
200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현 회장 재판도 일단 실형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은 적극 반박하는 전략으로 징역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잇따라 재벌 총수들이 구속되며 법원의 엄벌 기조가 드러난 가운데, 그나마 김 회장이 당장에 실형 확정을 피한 것은 분위기 반전의 의미가 있다. 최 회장측이나 이 회장측에선 처벌수위가 낮아질 것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김 회장 판결에 불만을 품은 여론 때문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염려하는 눈치도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엄벌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법원에서는 총수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했거나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보다는 시장경제 왜곡 및 투자자 피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처벌을 결정하고 있으며, 이런 기조가 당장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2009년 도입된 횡령·배임 범죄의 양형 기준에는 '경제발전 기여' 등과 같은 항목은 없다. 새 정부 들어 형성된 경제민주화의 사회적 분위기에 재벌 총수들에 대한 국민들의 심리까지 더한다면 여전히 총수들에 대한 판결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2000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구자원 LIG넥스원 회장에게 징역 3년,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에게는 8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한 이호진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2심에서 모두 징역 4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지난해 2월 이 전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 전 태광산업 상무도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구 회장과 이 전 상무는 각각 78세, 85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잇따른 총수들에 대한 중형 선고로 대기업 오너들이 범죄인 집단으로 몰리고 있고,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계기로 법원이 이러한 분위기를 순화할 수 있는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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