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김승연 한화 회장, 대법원서도 바뀐 판결…‘걸면 걸리는 범죄, 배임’이 뭐길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9-26 17:5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채명석·이재영 기자= 26일 대법원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원심 파기환송 결정으로, 모호한 기준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배임죄 규정의 개선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법률가들조차도 "걸면 걸리는 범죄"라고 부르는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반하면' 모두 성립된다.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는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심지어 아무 일을 안 해도 배임죄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배임죄의 적용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니 법원의 판결도 구체적인 처벌 대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여론이 더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이 김 회장 배임행위의 일부 유죄와 무죄 부분을 원심과 달리 판단한 것 또한 결국 개념이 구체적이지 않다보니 법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배임죄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재판부는 "이미 지급보증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추가로 돈을 빌리는 데 계열사가 다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면 후행 지급보증은 배임행위가 되지 않는다"며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 또 "부동산 저가 매도로 인한 배임 여부가 문제가 되는 이상 부동산과 관련한 채무이전 행위나 이를 자산으로 가진 회사의 인수·합병 등도 별도의 배임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거꾸로 무죄 판결을 파기하기도 했다.

앞선 재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심에서 무죄였던 부실계열사(한유통·웰롭)의 구조조정이 2심에선 유죄로 판결나는 등 재판 과정에서 일부 기소항목에 대한 판결이 뒤바뀌었다. 변호인측은 한유통·웰롭의 구조조정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피해가 없다며 불가피한 경영판단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대법원에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이처럼 기업 이사 등이 이익을 취한 경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만 있어도 처벌하는 것이 그간 계속됐던 배임죄 논란의 핵심이다.

모호한 개념 때문에 다수 기업경영자들은 재판에 내몰릴 부작용이 크다. 검찰이 적극 기소하기 위해 배임죄를 확대 적용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재계는 새 정부 들어 여론을 주도해온 경제민주화나 갑의 횡포 등의 분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배임죄를 통해 재판에 휘말릴 대기업 총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러한 배임죄는 기업가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혹시 모르는 경영상의 변화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임원직들 모두 죄인이 될 수밖에 없으니, 자신에게 주어진 일 이외에는 손을 댈 수 없게 된다. 이는 시장환경에 대한 빠른 대응보다는 안정 위주의 보수적인 경영체제를 선호하게 만들어 자칫 투자 위축, 신사업 진출 실패 등 경영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재계는 물론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현재의 배임죄를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인들의 경영활동 자율을 보장해주기 위해 상법 개정을 통해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으로 도입하는 한편, 상법상 특별배임죄에는 '다만, 경영 판단의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삽입해야 한다"며 "또한 경영 판단으로서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의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형사처벌도 면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