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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사진 제공=나무엑터스] |
김주혁은 지난 6개월간 쉼 없이 달려온 결과 뿌듯한 결실을 볼 수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비록 만족할 만한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인간적 한계에 부딪히며 얻어 낸 값진 결과물이 많다며 만족했다. 35시간 무수면, 대사 하나가 4쪽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 암기, 더운 날씨 에 찾아온 탈수 증상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껍게 촬영장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타이틀 롤'에 대한 책임감보다 연기자로서의 자부심 때문이었다.
"연기자라는 게 제가 선택한 길이잖아요. 어차피 내가 해 내야 하는 일이라면 대충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힘든 환경이었는데 최선을 다했어요.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보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반년의 촬영 기간 중 마음 놓고 쉬었던 날이 손에 꼽힐 정도. 매일 방송하는 일일드라마의 특성상 촬영장에서 먹고 자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고, 대사를 대략 외우고 슬쩍 훔쳐볼까 하는 유혹도 있었다. 오기와 정신력으로 이겨 냈다.
"흔히 커닝이라고 하죠? 하고 싶은 생각, 당연히 있었죠. 대사가 많기도 했지만 외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하지만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상대방 눈을 보고 연기할 수 없잖아요, 진짜 감정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또 후배 연기자들이 그런 저를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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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사진 제공=나무엑터스] |
"선배들이 연기했던 허준은 선하고 부드러운 인물이었고 의사였어요. 저는 허준의 인간적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모든 장면마다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을 최대한 진실하게 표현하고자 했어요."
'구암 허준'이 9시 저녁뉴스와 동시간대 편성되면서 더 많은 시청자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김주혁은 시청률을 욕심내지 않았다. 자극적 소재가 대세가 되고 있는 요즘 정직하고 건전한 드라마가 탄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란다.
"제 연기와 작품에 대해서는 50% 만족해요. 하지만 허준의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허준이 죽어갈 때는 실제로 제 인생을 돌아보기도 했고요. 점점 더 캐릭터에 빠져들었죠. 그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신'에 이어 '구암 허준'까지 두 편 연속으로 사극에 출연한 김주혁. 당분간 사극은 피하고 싶다고 손을 내저으면서도 욕심나는 배역으로 연산군을 꼽았다. 선한 얼굴의 그가 만들어 낼 연산군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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