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판부는 SK그룹의 한 직원에 의해 작성된 김 전 고문에 대한 보고서 내용을 언급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김 전 고문이 자신을 “선경증권 회장을 역임했으며 1993년에는 글로벌 5대 기업의 회장으로 있었다”고 설명한 내용이 포함됐다. 또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자신의 제자가 300명이 있다”고 했으며, “정보 수집능력은 삼성을 능가하고, 사회 최고위층에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못 푸는 수학 문제가 없고, 영어실력은 국내 최고이며 지금이라도 국내 5대 그룹 회장자리는 마음먹는 대로 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녹취록 내용도 가관”이라며 “김원홍의 인간성은 허황되고 탐욕스럽고 도박성도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기만과 술수에 능하고 허무맹랑한 말과 행동으로 자기를 과시하며, 다른 사람을 자신의 목적 달성에 이용하고, 쉽게 거짓말을 하는 등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원홍에게 (최태원 회장이) 속아서 횡령한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데 그렇게는 전혀 볼 수 없다”며 “다만 김원홍의 인간됨을 보면 뭔가 속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변호인 측은 김 전 고문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도 김 전 고문의 사기 가능성을 의심하면서도 증인 심문을 하지 않은 것은 최 회장측에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SK측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지금으로선 어떠한 입장도 말하기 어렵다”며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날 최 회장은 1심과 같은 징역 4년이 유지됐으며 1심에서 무죄였던 최재원 부회장이 오히려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 회장측이 김 전 고문에 대한 추가 심리를 원하는 만큼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