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보유한 고가사다리차 등 화재 진압장비가 마천루에서 불이 나는 만일의 사태에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서울시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시내에는 고층건축물이 11~29층 1만6581동을 비롯해 30~59층 341동 등 모두 1만6926동이 있다. 여기에는 60층을 넘는 건축물 4개동도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고층건축물의 경우 층수가 30층 또는 높이 120m 이상, 초고층건축물은 200미터 이상 또는 50층 이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현재 서울의 23개 각급 소방서에서 보유한 고층건축물 화재 대비 진압장비는 고가사다리차 25대와 굴절사다리차가 고작이다.
그나마 이들 장비도 송파구에 배치된 55m급(18층 규모) 1대가 최고 높이다. 나머지는 52m급(15~16층)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여기에 송수호스에서 내뿜는 물의 거리가 최장 20m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현 장비로는 당장 30층 화재에도 대응하기 어렵다.
총 26대를 갖춘 굴절사다리차는 90% 이상이 평균 높이가 27m 수준이다. 그나마 이 역시도 1대당 가격이 6억원 안팎이어서 추가 확보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고층건축물에서 불이 났을 땐 스프링쿨러 등 화재안전기준에 근거한 건물 자체의 (고정)소화설비로 대응하거나 소방헬기 등 특수장비 투입이 최선책으로 꼽힌다.
더욱이 고층건축물은 수직형태란 구조적 특성으로 소방인력의 진입이 쉽지 않고, 저층부에서 상층부로의 불길과 연기 확산이 순식간에 이뤄져 신속한 대피도 어렵다.
최근에는 화재 확산을 막는 기능으로 설계된 발코니를 용도 변경하는 사례도 많아 위험성이 더욱 크다. 근본적으로 이들 빌딩은 화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2010년 10월 1일 부산 해운대의 지상 38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우신골든스위트에서 불이 나 펜트하우스 2곳을 포함해 3곳이 전소되는 등 약 54억9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당시 4층에서 발생한 불길이 알루미늄 마감재를 타고 순식간에 옥상까지 번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축물의 고층·대형화 추세를 소방시스템이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고층건물의 화재 진압이나 인명구조를 위한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늘어나는 고층 대상물을 장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얼마 전 국산화에 성공한 68m급(22층) 복합굴절사다리차가 내년 보급되면 재난구조 환경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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