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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 대통령, 약속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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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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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라 중소기업을 살리는 경제민주화를 꼭 실천할 줄 알았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경기도 의왕의 한 상공인이 충혈된 눈으로 울분을 토했다. 그는 대기업과의 불공정거래로 망해본 경험이 있었다.

"매달 20만원을 주겠다더니 도대체 언제 주는 거야." 노인복지관에 갈 때마다 만나는 어르신은 내 소매를 붙잡고 채근한다. 어르신 앞에서 정부가 복지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내 주머니에서라도 꺼내 드려야 할 것처럼 채무자의 입장이 되고 만다.

이들은 지금 대통령에게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믿음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가장 중요한 공약이었다. 그런 공약을 포기하겠다니 배신감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무상보육은 정부의 책임이라던 대통령이 정부의 이름으로 무상보육을 포기했다. 나아가 재원문제를 이유로 복지공약을 전반적으로 수정하겠단다. 정부가 발표한 영유아보육 국고보조율 10% 인상은 이미 국회 계류 중인 개정안의 절반에 불과하다. 무상보육을 정부 주도로 확대해놓고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긴 것이다.

대선 때 어르신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0만원을 줄 것처럼 홍보했던 기초연금은 차등지급키로 하며 대상과 금액 모두 대폭 후퇴했다. 여기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나면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됐다.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가 역차별받게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경제민주화 법안들 역시 퇴보위기에 놓여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해 작년부터 국회에서 어렵게 만든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안 등은 재계의 반발에 시행령 개정단계에서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기업 옥죄기로 매도하는 재벌들의 압박에 눌린 것이다.

한편 10대 그룹의 유동자산은 6월 말 기준 252조원이고, 대기업집단의 작년 내부거래는 185조원이다. 풍족한 대기업과 달리 국가재정은 위기에 빠져 있다. 심각한 세수결손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세수 감소분이 9조4000억원인데 그 중 법인세가 4조1883억원에 달한다.

법인세 세수가 이렇게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면조치에 있다. 그 효과가 대기업에 집중된 결과 법인소득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중견기업보다 낮아졌다. 당시 한시적 조치로 시작됐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원래대로 되돌릴 의지는 없어 보인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모두 퇴보 상황인데도 박 대통령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 대신 재벌의 논리를 따라가고 있다. 서민보다 재벌을 위한 정부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약속인 것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국회와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하지만 박 대통령은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공안검사 출신들로 채워진 측근들의 장막 속에서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양대 축인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흔들린다면 국민들의 신뢰 역시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신뢰가 높았던 만큼 기다림도 길지만, 그 반대의 골도 깊다. 국민들은 기다릴 수 있다. 깊은 신뢰와 오랜 기다림이 실망과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 박근혜 정부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아직 거두지 않은 기대를 박근혜 정부가 언제까지 외면할지 안타깝다.

국회의원 송호창(경기 의왕·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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