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운 분위기에서 볼을 치면서도 은근히 거리 자랑으로 우쭐거리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친구도 있다. 드라이버샷을 남들보다 평균 30미터씩 더 친다면 아이언샷 거리도 더 나갈 것이 당연하니 그런 친구는 장타자로 인정해줘야 한다.
그러나 드라이버 거리는 비슷한데, 아이언만 더 멀리 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아이언의 스펙이 유다를 가능성이 많다. 남들이 8번아이언을 칠 때 같은 거리를 9번아이언으로 친다면, 스윙이 좋아서 더 멀리 치는 것이 아니라 그 친구가 치는 아이언이 같은 번호의 다른 아이언보다 더 멀리 가게끔 디자인된 클럽일 것이다. 그러니 자존심상할 이유가 없다.
아이언에 매겨진 번호에 따른 스펙은 제조사마다 다르다. 그리고 초급자용과 상급자용 아이언의 스펙 역시 다르다. 스펙 중에서 ‘로프트’만 비교해보자.
<한 제조사의 초급·상급자용 아이언의 로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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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3번 4번 5번 6번 7번 8번 9번 PW AW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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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자용 - 20 23 26 30 34 39 44 50 56
상급자용 21 24 27 31 35 39 43 47 52 56
(별매) (별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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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표는 특정 제조사의 초급자용 모델과 상급자용 모델의 로프트를 비교한 것이다. 한 클럽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로프트가 높은 클럽일수록 볼이 높이 뜨고 거리는 줄어들지만, 기본적으로 아이언으로 볼을 쳤을 때 어느 정도 볼이 떠 줘야 한다. 물리적인 관점에서 볼을 제대로 띄울 수 있는 기준이 되는 클럽의 로프트는 24도다. 이것보다 낮은 로프트의 아이언은 프로선수들도 제대로 쳐서 볼을 띄우기가 상당히 어렵다.
일반적으로 초급자는 볼을 잘 띄우지 못하고 거리가 짧다. 그러나 요즈음은 아이언 제조 기술이 발달해서 초급자를 위해서 볼도 잘 뜨고 거리도 잘 나는 아이언들이 출시되고 있다. 초급자용 아이언이 같은 번호의 상급자용 클럽에 비해 로프트가 낮은 이유는, 무게 중심을 낮고 깊게 만들어서 볼이 더 잘 뜨게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볼이 잘 뜨게 해주면서, 로프트를 낮춰서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상급자용 아이언 세트는 피칭웨지(PW)까지만 있는게 보통이다. 그래서 별도 구매하는 어프로치웨지(AW)는 52도가 적절하다. 그러나 초급자용 세트에 포함된 AW는 대개 50도다. 왜냐하면 52도로 하면 PW와의 간극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샌드웨지(SW)는 초급자나 상급자 모두 56도가 표준이다. 이 외에 54도, 58도, 60도 등의 웨지 조합이 가능한데, 이 웨지들은 로프트 뿐만 아니라 바운스 각도까지 고려해서 용도 파악을 적절하게 한 다음 구입해야 한다.
이렇게 아이언과 웨지의 로프트를 쭉 살펴보면 상급자가 초급자에 비해 쇼트게임을 더 잘하는 이유를, 물론 실력도 더 좋겠지만, 클럽의 조합이 쇼트게임에 더 적합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골프 실력이 늘수록 쇼트게임의 중요성을 더 인지하게 된다. 그러니 상급자용 클럽 조합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골프칼럼니스트 (WGTF 티칭프로, 음향학 박사)
yjcho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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