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상장30%·비상장20%' 일감규제…122곳만 해당

-내부거래 비중이 12% 미만, 내부거래액 연간 200억원 미만 기준<br/>-43개 대기업, 1519개 계열사의 208개 기업 중 실질적인 규제 122곳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앞으로는 대기업과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12% 미만이거나 상품·용역 기준 거래액이 200억원 미만이면 일감몰아주기 처벌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기업 20% 이상·비상장기업 20% 이상인 대기업은 시장가격 대비 7% 이상 차이나면 처벌받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규정의 적용대상 기업집단 및 계열회사의 범위와 금지행위의 세부기준 등을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마련, 입법예고한다고 1일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의 총수 일가 지분율 하한선은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로 정했다. 이에 따라 43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1519개 계열사에 208개 기업이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 그러나 수직계열화 등 제외 기준이 적용되면 전체의 8% 수준인 122개 기업이 실질적인 규제를 받게 된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에스엔에스·삼성석유화학이, 현대기아차동차그룹은 이노션·서림개발·현대머티리얼·종로학평·현대위스코·삼우·현대엠코·현대오토에버·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현대글로비스 등이 대상이다. SK그룹의 경우는 에이앤티에스·에스케이텔레시스·에스케이디앤디·에스케이씨앤씨, LG그룹은 지흥·LG 등이 해당된다.

현재 일감 몰아주기 규정 범위의 208개사는 총수일가·계열회사·비영리법인·임원 등이 보유한 지분을 합산한 내부지분율이 평균 87%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라나 이번 시행령은 내부거래 비중이 거래상대방의 연간 총 매출액 12% 미만, 내부거래액도 연간 200억원 미만을 기준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대상은 대폭 축소된 모습이다. 롯데, 현대중공업·한국투자금융·한솔 등은 공정위가 규정한 일감몰아주기 제외대상에서 '안전지대'에 들어간 셈이다.

아울러 시행령에는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방지를 위해 △정상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부당지원행위) △사업기회 제공 △합리성이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일감 몰아주기) 등 3가지 유형을 금지행위로 규정했다.

특히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과 관련해서는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의 판단기준을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으로 정했다. 총수일가 개인과 거래 가능한 자금·자산 등은 금액기준 50억원(상품·용역 200억원)을 기준했다.

또 다른 회사와 거래하면 달성할 수 없는 비용절감·판매증대·품질개선·기술개발 등의 효율성 증대 효과가 명백하면 처벌 받지 않는다.

다른 회사와 거래 시 유용한 기술과 정보가 유출돼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도 제외다. 경기급변이나 금융위기·천재지변·해킹 등 긴급한 사업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밖에도 통행세 금지에 대한 세부유형을 뒀으며 대기업집단이 우호적 인수합병(M&A)을 통한 중소벤처기업 인수 시에는 대기업집단 계열편입을 3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내달 11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에 대기업·중소기업,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년 2월 14일 시행에 차질 없도록 완료할 것”이라며 “정상적인 기업활동에는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부당한 행위는 실효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 과징금 산정 방식 예시

△ 중대한 위반행위
정상가격이 7,000원인 계열사 주식을 총수일가에게 5500원에 100만주를 매각한 경우(총 거래금액 55억원) ⇒위반금액[1500원(정상가격과의 차이)×100만주=15억원]×50%

△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정상가격 산정이 곤란한 분야에서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가진 신설회사에게 합리적 고려나 비교 과정없이 연간 1000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경우 ⇒위반금액[거래규모(1,000억원)×10%=100억원]×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