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일(克日)은 아직 요원”…누적 대일무역적자 5000억달러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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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0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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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대일 무역적자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해방 후 누적 대일 무역적자가 5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누적 무역흑자 규모보다 1400억 달러 가량 더 많은 것으로, 현 추세가 그대로 이어져 빠르면 내년에는 5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1일 본지가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무역 통계를 활용해 1946년 이후 2013년 9월까지 수출입 통계를 집계해 본 결과 누적 대일 무역적자액은 총 4609억8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13년 9월 국가별 수출입 통계는 9월 1~20일까지 집계한 산업부 잠정치 통계를 더한 것으로 향후 확정치가 나오면 9월까지 누적 적자액은 좀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같은 기간 대미 무역흑자 1669억300만 달러, 1987년부터 통계가 잡힌 대중 무역흑자액 3605억300만 달러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누적 무역흑자액인 2624만5200만 달러를 월등히 뛰어 넘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해는 1946~1950년과 1952년에 불과하며, 나머지 기간에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1953년부터 연간 적자액이 매년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1963년 1억 달러(1억3500만 달러)를 넘어선 뒤 1974년에는 10억 달러(12억4100만 달러), 1994년에는 100억 달러(118억67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2004년부터는 연간 적자액이 200억 달러 이상(244억4300만 달러)을 기록하다가 2008년에는 327억400만 달러로 30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10년에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인 361억2000만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2011~2012년 기간은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올 들어 대일 수출 감소율이 수입 감소율을 상회하면서 적자액이 증가세로 반전돼 올 1월부터 9월말 기준 2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돼 지난해 같은 기간 197억 달러보다 늘어났다. 지난해 말부터 밀어닥친 엔저현상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일 무역수지 개선은 산업 정책의 핵심과제로 대두됐다. 하지만 제조업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제품 생산에 기반이 되는 소재와 이를 가공·조립하는 기계 부문에 있어 일본 업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적자 규모는 오히려 더욱 늘어났다. 실제로 한국의 최대 수출 상품인 반도체는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가장 많은 상품이며, 자동차, 조선, 휴대전화 등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여전히 일본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는 형국이다.

소재·기계 부문의 국산화 정책을 통해 기술을 내세운 중소기업 육성을 도모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으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해 투자에 비해 성과가 덜했던 것도 또 다른 원인이 됐다.

고질적인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는 1978년 ‘수입선 다변화 제도’를 도입했다.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국가와 수출입 균형을 이뤄 나가기 위해 해당국가에서 수입되는 품목중 다른 나라에서도 수입이 가능한 일정품목을 지정해 이의 수입을 제한하는 이 제도는 사실상 일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1999년 7월 폐지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에도 적자 증가를 잡지 못했다. 산업을 육성하지 않은채 인위적인 정책만을 앞세워 봤자 소용이 없다는 교훈만 얻었을 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의 수출·수입 양 부문 모두 최대 교역국으로 급증하면서 일본 의존도는 줄어들고 있으나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본이 앞서 나가고 있어 이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것을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도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확실한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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