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사이에 재계 30위권 대기업 3개가 몰락한 것이다. 이들 3개 기업이 마지막까지 자력 회생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들 3개 기업 외에 유동성 압박으로 인해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시장에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조선, 해운업계, 건설업계, 항공업계 등에서 부진이 계속되면서 부채가 꾸준히 쌓여왔지만 좀 처럼 시장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유동성 공급이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동양그룹 다음의 희생양이 누구냐는 말이 A사, B사, C사 등 구체적인 기업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특히 동양그룹이 상대적으로 건실한 것으로 평가받아 독자생존의 가능성도 점쳐졌던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마저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유동성 악화로 인한 부실의 정도가 생각보다 더 깊었던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재계를 향한 위험신호는 더 커진 상황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현재 특정 기업들의 신용도 강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STX와 동양그룹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어 이후 유동성 문제로 인한 파장이 재계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업과 해운업 등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위기론이 커져왔던 업종에서는 중견기업을 넘어 업계 순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기업들도 위기론의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법정관리와 함께 그룹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웅진그룹의 경우, 2007년 극동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화근이 돼 그룹 전체의 몰락을 가져왔고, STX그룹도 조선, 해운업종의 오랜 불황으로 그룹의 주축이자 국내 해운업계 3위였던 STX팬오션 매각이 불발되면서 위기가 켜졌다.
현재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대우건설의 인수가 그룹 위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기간 불황이 지속돼 왔던 조선이나 해운업, 건설업계의 경우 이미 소규모 기업들은 폐업한지 오래됐고, 이제는 대형업체들도 유동성 압박이 위험수준”이라며 “재계 순위권의 대형 기업들이 무너질 경우 그 파장은 정치 사회적으로 커질 수 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현황을 점검하고 대비책 마련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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