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은 지난 1일 용산구 효창동 주민센터에서 서부이촌동 주민들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민간담회’를 열고 “코레일이 토지대금도 이미 반환했고 새 사업을 구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빠른 시일 내 사업지구 지정을 해제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용산사업이 주민들께 고통만 주고 끝나가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해 죄송하다”며 “여러분 의견을 수렴·검토해 시의 새 역할을 찾겠다”고 부연했다.
시는 지난달 초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사업지구 해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이 사장 선임 등을 이유로 철도정비창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연기하면서 해제 고시가 계속 미뤄졌다.
이날 간담회는 의견이 다른 주민들 간 충돌을 우려해 찬성·반대·상인연합회 등 세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장소에서 진행됐다.
일부 주민들은 “서울시가 사기를 쳤다. 모두들 죽을 지경이다”며 욕설을 하고 자리를 떴다. 분을 참지 못해 책상을 치면서 울부짖는 사람도 있었다.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사업구역 해제 방침에 적극 찬성했다.
이복순 서부이촌동 지번총연합회 위원장은 “코레일이 토지대금을 되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구역 해제를 미룬다”고 지적했다.
수용개발반대연합 소속 최윤정씨는 “지난 6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됐으니 이젠 내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여전히 지구 해제를 반대하며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주영근 11개 구역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주민 56%가 찬성해 시작됐고 국책사업이자 시가 주관한다기에 신뢰했는데 망연자실할 뿐”이라며 “코레일이 사업 정상화 의지가 있다면 서울시가 합심해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사업 무산에 따른 금전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상가세입자 비상대책위 소속신명희씨는 “상가는 100여개가 줄었고 입주권은 날아가 신용불량에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고 산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시가 코레일로부터 받은 세수 4000억원을 재배분하라”고 촉구했다.
용산개발사업은 정부의 철도경영 정상화 대책으로 지난 2006년 확정된 후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일대를 포함하면서 30조원 규모 사업으로 확대 추진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의 부도 등으로 인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박 시장은 “시가 일방적으로 서부이촌동 문제를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1박2일 정도의 일정으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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