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정책이 당장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 같은 시장의 찬바람은 규제완화 정책을 정부가 마련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 통과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후 정부는 세 차례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업투자를 유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임 초기 박 대통령의 의지도 기업 활성화가 우선이라는 여론에 밀려 상당 부분 꺾이기도 했다.
최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대기업 계열사 1519개 중 10%에 미치지 못하는 122개로 축소됐다. 대기업 계열사간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투자에 대해 인색하다. 정부로서는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냈지만 움직이지 않는 기업의 태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벌써 4분기에 접어들었지만 정부 기대치에는 훨씬 못미치는 결과다.
실제로 각 부처가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한 규제 건수는 2008년 말 9753건에서 지난달 말 1만4977건으로 53.6% 급증했다. 2010~2012년은 매년 약 1000건씩 규제가 늘었다. 이미 공표돼 시행을 앞둔 규제까지 포함하면 1만5000건에 달한다.
정부가 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새로 발생하는 또 다른 규제에 기업투자가 발목을 잡히는 것이다.
기업들은 규제완화에 대한 부분은 환영할 일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핵심이 빠졌다는 것이다. 정작 기업에 필요한 '대못'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카지노 사업을 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허가를 받도록 하는 새만금사업특별법 등은 사전에 진입장벽을 만든다는 점에서 강한 규제에 속한다.
올해 안에 인천 영종도에 카지노를 건립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문체부는 지난달 23일 카지노사전심사제 수정을 골자로 하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경제활성화와 외국기업 투자유치 차원에서 경자구역 내 카지노 건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문체부가 이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부처간 협업도 삐걱대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규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기업의 불합리한 행위를 제약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강한 규제는 경제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며 "많은 규제를 완화하기보다는 강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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