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이 코 앞으로 다가온데다 원전비리, 신사업 추진 등 에너지분야의 중대사안이 산적해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돌연 사의를 표명하는 공기관장들이 나오고 있어 물갈이 조짐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조계륭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사장이 지난 추석을 전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사장은 지난 1981년 한국수출입은행에 입행한 뒤 1992년 무역보험공사의 전신인 한국수출보험공사(수보) 설립준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공사 출범의 토대를 닦았다. 이후 수보 무역사업본부장, 무역보험공사 부사장 등을 지내며 MB 정부 시절인 2011년 내부 출신 인물로 사장직에 올랐다.
무보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지만 영업수지 등 실적이 탄탄했으며 정책금융개편 과정에서도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내부적으로도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조 사장의 사의 표명은 의외라는 분위기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공공기관장 교체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MB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을 대상으로 두 번째 물갈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일부 에너지공기업들 사이에선 기관장 교체에 대한 얘기가 나돌고 있다. 기관장 임기가 1년남짓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MB맨’으로 분류되는 기관장들을 색출해 내기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과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 등 MB맨으로 분류되는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은 모두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대통령의 측근들로 에너지 공기업의 수장을 줄줄히 꽤찼지만, 현 정부 들어 무리한 해외사업과 방만한 투자집행 등 온갖 경영평가가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관치 인사’라는 여론의 비판이 더해져 물갈이 대상 1호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떄문에 지난 5월 한 바탕 불어닥친 ‘MB맨 인사 칼바람’이 다시금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감이 2주도 채 안 남은 시점에 이 같은 인사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와서 사장이 바뀌는 것은 국감에서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일부 공기관의 경우 인사 지연 장기화로 업무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허울 좋은 국감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감에만 너무 연연하는 것이 아닌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비록 임기가 내년까지 남았더라도 새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춘 인물을 기용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며 “특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사업들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조직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사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무보의 경우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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