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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1772년 정조 편지엮은 '어찰첩' 한글판으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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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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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조정에 흉한 상소[凶疏]가 가득하여 매우 음울하고 참혹하니, 고금 천하에 어디 이처럼 흉악하고 반역하는 심보를 가진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분통이 터져 나도 모르게 머리털이 곤두서서 관이 찢어질 정도였습니다.”

정조가 세손이었던 1772년 외할아버지 홍봉한에게 보낸 편지다.

정조의 외조부 홍봉한과 정순왕후의 오라비 김귀주로 대표되는 두 외척간의 갈등의 정점을 이룬 영조때에 김귀주가 직접 홍봉한을 공격하는 상소를 올린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주체하지 못하는 세손의 분노가 편지의 글씨 모양과 내용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채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 일은 세손의 훗날 정치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조는 1776년에 즉위하자 이날의 상소를 문제 삼아 김귀주를 흑산도에 유배하였고, 이로 인해 김귀주 일파는 영원히 관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이 9일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판‘정종대왕어필간첩(正宗大王御筆簡帖)’을 발간했다.

한국고전적국역총서 제11집으로 국역 발간된 이 어찰첩은 세손이었던 정조가 외할아버지 홍봉한에게 보낸 39통의 편지를 엮었다. 정조 세손시절의 저술과정과 학습내용, 정치상황, 그리고 외가와의 관계 등을 살필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정조의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발언이라는 점에서 어떤 사료보다 중요하다"며 "많은 편지 내용은 ‘실록’ 등의 공식 역사기록과 비교를 통해서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홍봉한에게 보낸 어찰은 지금까지 학계에 공개된 적이 없다. 이 어찰첩이 그 첫 번째 시도다. 앞으로 다른 기관이나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어찰첩들이 공개되고 번역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매년 도서관 소장 유일서 및 희귀서 중에 가치가 높은 자료를 발굴, ‘한국고전적국역총서’로 발간제공,일반 국민들의 고전에 대한 관심과 한국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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