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계열사간 합병하는 상장사가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재무제표에 자회사 내용이 포함되면서 모기업이 자회사와 합병하는 경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7일까지 발표된 회사합병결정 공시는 총 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룹별로는 CJ그룹 내 계열사간 합병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4월 CJ대한통운이 CJ GLS를 흡수합병한데 이어 CJ CGV와 프리머스시네마가 합쳐졌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코스닥 상장사 CJ E&M은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 온게임네트워크, 바둑텔레비전, KMTV, 인터내셔널미디어지니어스 등 5개 방송 자회사를 흡수했다. 자회사 통합으로 비용 절감 및 관리조직 일원화 등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에는 CJ헬로비전이 CJ헬로비전영동방송, CJ헬로비전신라방송, 횡성유선방송 등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삼성그룹에서는 제일모직은 지난 6월 개미플러스유통주식회사를 흡수합병한 이후 9월에는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한다고 발표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맞물리며 화제가 됐다.
또한 LG전자는 전기자동차 부품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지난 7월 자동차 부품 설계를 담당하는 LG CNS의 자회사 V-ENS를 인수해 VC사업본부를 신설했다.
SKC&C는 지분 100%를 갖고 있던 엔카네트워크를 흡수했다. SK플래닛도 자회사 매드스마트와 합병했다.
기업들의 자회사 흡수가 많았던 이유는 IFRS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IFRS로 회계처리를 하면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는 물론 모회사와 자회사의 개별재무제표를 따로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자회사가 흡수합병되면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 하나만 작성하면 돼 회계처리가 단순해진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상법으로 기업들의 소규모합병이 쉬워진 것도 합병공시가 늘어난 한 요인이다. 소규모합병이란 주총 절차를 생략하는 간단한 합병절차를 말하는데, 개정상법은 합병후 존속회사가 발행하는 신주 비율을 기존 주식수의 5% 이하에서 10%로 확대해 합병절차를 쉽게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FRS 도입으로 자회사들의 재무상황이 모회사 재무제표에 포함되는 등 회계처리의 어려움이 늘면서 아예 자회사를 흡수 합병하거나 회사를 쪼개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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