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스모그 APEC' vs '친환경 A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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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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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뿌연 스모그로 뒤덮여 베이징 자금성이 희미한 윤곽만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신화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베이징에 사는 지인이 “스모그 때문에 못살겠다”며 전화를 걸었다. 그만큼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심각하다. 베이징 주재원에게 따로 수당을 챙겨주고 베이징을 찾는 관광객수가 급감하고 베이징시 GDP 목표치를 내린 것도 스모그 영향이다. 국경절 연휴 고속도로는 짙은 스모그 탓에 폐쇄됐고 희뿌연 스모그에 가려 윤곽만 드러낸 자금성 사진이 온라인에 떠돌아다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8일 폐막한 APEC 정상회의서 베이징 외곽의 옌치후(雁栖湖)를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베이징 도심서 60km 떨어진 옌치후는 기러기가 많이 날아든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인공호수로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베이징은 옌치후의 친환경 이미지를 적극 내세우며 APEC회의 개최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고 앰블럼 디자인 작업에 나섰으며, 총 360억 위안을 들여 만든 국제회의장과 정상들이 묵을 호텔은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각국 정상들이 입을 전통의상으로 치파오, 중산복, 탕좡(唐裝·당나라 복식) 등이 거론되고 베이징 샤오츠(小吃·향토음식)도 선보여야 한다며 현지 언론은 보도한다.

반면 세계가 현재 주목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스모그다. 실제로 APEC 개최지 결정 직후 대기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부터 터져나왔다. 이에 중국은 APEC회의 개최를 통해 베이징의 대기오염처리 방면 성과를 전세계에 알릴 것이라며 ‘친환경 APEC’회의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베이징 주민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동안 베이징은 스모그를 줄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오염공장을 폐쇄하고, 자동차 구매를 제한하고, 길거리 양꼬치와 폭죽까지 금지했다. 하지만 스모그는 줄기는커녕 올해는 더 일찍 찾아와 베이징 주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뒤 베이징이‘스모그 APEC’이 아닌 ‘친환경 APEC’을 개최하기 위해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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