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해 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의 단초가 됐던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미국 영사관 망명 시도에 대해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주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 하우스)가 수여하는 채텀 하우스상 시상식장에서 국무장관 재임 시절을 회고하던 중 왕리쥔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고 중국 재신망(財新網)이 18일 전했다.
그는 왕리쥔이 (지난해 2월6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위치한 미국 영사관에 나타나 정치적 보호를 요청하면서 보시라이의 부인이 영국인을 모살한 사실을 알렸다고 소개했다. 왕리쥔의 망명요청은 베이징의 미국 주중대사에 보고됐고, 이는 곧바로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통보됐다. 이후 왕리쥔 망명시도건은 클린턴 장관의 지휘하에 핸들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왕리쥔에 대해 "부패하고 잔인한 과거가 있었고 보시라이의 사형 집행인이었다"면서 "미국이 망명을 수용하는 유형 중 아무 조항에도 해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당시 보시라이와 왕리쥔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으며, 왕리쥔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고 싶어하는 상황인 동시에 청두 영사관이 순식간에 무장경찰에 포위되버린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무장경찰은 보시라이의 부하직원이 아니었으며, 왕리쥔을 설득해 데려가려던 의도였다"며 "상황은 급속히 위험한 상태로 전개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측은 왕리쥔에게 영사관에 더이상 머무르면 안되며, 미국은 그에게 도피를 도와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상황을 파악한 왕리쥔은 중국 베이징이 사건의 진상과 발생 경위를 알도록 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고 미국은 이를 주선해 줄 수 있다고 답했다. 클린턴은 "실제 사건발생 1주일 이후 시진핑 당시 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일을 매우 조용히 처리했고 어떤 관련자들이 곤란을 느끼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당시 사건을 잘 처리한 것으로 평가했다.
왕리쥔의 미국 영사관 망명 시도는 보시라이 사건을 촉발하며 중국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지금까지 왕리쥔의 망명 요청을 거부한 경위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힐러리 전 장관이 전말을 공개했다. 이 사건 관련해서 지난해 2월 미국국무원 외교위원장이 워싱턴과 베이징간의 외교전문내용과 이메일과 회의기록등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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