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백운찬 관세청장 "AEO, 세수확보·기업 구조개선 '효과적'"

-AEO 기업 수정신고 세수, 499억여원에 달해<br/>-하반기 해외 관세관 인력 '확충'…"수출기업 날개가 될 것"

지난 11일 백운찬 관세청장이 서울본부세관에서 아주경제신문 양규현 정경부장과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공인기업의 경우 명백한 위법정보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관세조사 즉, 법인심사와 기획심사 등을 면제받는다. 지하경제 양성화 활동이 시작된 4월 이후 현재 AEO 기업이 자율적으로 수정 신고한 세수가 79건, 499억여원에 달하고 있어 세수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최근 서울본부세관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신문과의 특별대담을 통해 이같이 AEO 상호인정약정(MRA) 제도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관세청은 일선에서 물류·밀수마약·불법무기류 등을 선제적으로 단속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선언하고 세수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글로벌 신(新)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별 관세비즈니스 길잡이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바로 AEO MRA 제도가 대표적이다.

백 청장은 AEO MRA 제도의 실현이 중장기적으로 세수 확보 측면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도 한·중 정상회담 이후 이 제도를 통해 우리 수출기업들이 날개를 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 상태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출기업 지원과 제도적 개선 등 관련 정책 추진에 전력투구 중이다.
백 청장은 "지금까지 중국 수출기업은 품목분류·위해물품 여부 등의 통관절차가 까다로워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약정 체결 이후 AEO 인증기업은 중국에서 별도의 통관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AEO로 인정된 기업은 우리나라에서 통관절차가 생략되거나 간소화된다"고 말했다.

백 청장은 "지난 6월 말 중국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 입회 하에 한국 관세청장과 중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해관총서장이 AEO MRA를 체결했다"며 "중국 해관은 한국과의 MRA를 계기로 AEO 기업 화물은 별도 신고 없이 AEO 화물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현재 수입통관시스템에서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AEO로 인증된 440개 정도의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기업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우선 중소기업 위주로 AEO 업체에 선정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체계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백운찬 관세청장이 서울본부세관에서 아주경제신문 양규현 정경부장과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또한 관세청은 세계관세기구(WCO) 기금을 지원받아 전 세계 46개국(EU 28개국, 남미 13개국 포함)을 대상으로 MRA 효과 분석 및 발전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제껏 개별적인 몇몇 업체들의 수혜 사례가 보고됐으나, 무역진흥 효과에 대한 통계적·과학적 분석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국과의 AEO MRA 효과 공동연구도 이러한 맥락이다.

백 청장은 또 "마침 한·중 AEO MRA를 기회로 중국과는 시범업체를 선정해 AEO업체와 비AEO업체 간의 통관시간 측정 등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AEO 상호인정 협정의 전략적 추진'을 통한 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고, 전략적으로는 MRA 추진 국가를 선정해 협상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또 수출기업들의 AEO MRA 제도 활용을 위해 공인 활성화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포부다. 백 청장은 "우리나라 물품을 수입하는 중국에 진출해있는 우리 기업 중 중국 세관에서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AEO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기업들이 있다"며 AEO 기업으로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중 세관 합동교육 및 홍보활동, 1대 1 맞춤 컨설팅을 진행하고, 중국 현지 설명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문제는 광활한 중국 대륙에서 해당 약정 이행이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은 AEO로 인정된 업체가 많다"며 "진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AEO 업체가 아닌데도 AEO 기업으로 인정돼 한국으로 진출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점검할 수 있는 기능을 보완하고 현지 업체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각 성(省)별로 세관이 구축된 중국 현지 사정상, 중국 내에 세관 직원간 AEO 관련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양국간 국장급 회의를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다. 중국 세관과의 교류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수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중 AEO 기업 현황은 한국 497개, 중국은 2377개다. AEO 기업 숫자로 보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의문이 생긴다. 이와 관련해서는 "실제로 우리가 수출하는 물량이 훨씬 많아 우리나라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AEO 업체를 더 늘리기 위해 중소기업을 위주로 인큐베이터 역할을 지속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그는 AEO 제도가 기업의 구조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백 청장은 "AEO 업체 중 우수 업체를 선정하는 경진대회를 두 차례 실시했다. 다수의 선발 업체 중 SK하이닉스가 모범적인 AEO 업체로 선정됐다"며 "AEO 기업 선정 후 물류사고가 70% 이상 감소되고 물류비용도 연간 80억원 정도가 절감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귀띔했다.

지난 11일 백운찬 관세청장이 서울본부세관에서 아주경제신문 양규현 정경부장과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통관·세관 소요시간이 연간 3000시간 단축되는 등 AEO 모범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AEO 선정 후 내부적으로는 준법성 제고와 사고 감소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외부적으로는 통관 및 조사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한몫 더한다.

그는 "SK하이닉스는 보세공장 원재료의 주말 및 야간 반입 시 선 사용 후 신고로 생산에 기여하고 있으며, 관세 관련 기획심사·법인심사 등 제반 심사 면제와 수출입검사 생략 등 관세청이 부여하는 최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서 "관세청은 수시로 우수업체를 선정하고 앞으로는 중소기업도 많이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관세청의 적은 인력문제는 늘 골칫거리로 작용한다. 일선 단속과 FTA 관련 업무, 세입이 어려운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탈세를 막기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 등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업무량 증가에 일당백 정신으로 고군분투 중이기 때문이다. 관세청 공무원은 2교대 업무를 처리하는 등 업무 누적으로 인한 사망률도 부처 중 가장 높다. 인력 및 재정 확충은 관세청의 숙원사업이 될 정도다.

백 청장은 "AEO MRA가 실현되려면 현지에서 우리 공무원의 역할이 늘어나야 되는데 해외 관세관의 숫자가 매우 적은 상황"이라면서 "이에 하반기 해외 관세관 인력을 확충해 우리나라 수출업체가 현지에서 문제를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다. 국민이 애정을 갖고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담=양규현 정경부장, 정리=이규하·배상희 기자, 사진=남궁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