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눈은 기존에 존재하던 것에서 어떠한 새로움을 이끌어내느냐 하는 것 또한 관건이 될 수 있는데, 기업들은 이미 융·복합 기술을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뒤를 이어 창조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자동차 기업들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선정한 '2013 혁신기업'(The Most Innovative Companies) 자동차 업체들은 50위권 내에 14개가 속해 2010년 8개사에서 크게 증가했다. 특히 20위권 내에 9개사가 포진하며 과반에 준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탄생한 지 1세기가 넘은 자동차가 스마트폰, IT기기 못지않게 창조·혁신 기기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이들을 수렴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자동차가 갖는 역할 때문이다. 구글과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CT 기업은 물론 철강사와 석유화학 업체까지 자동차 업계와의 공조를 추진하고 있다.
박홍재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자동차산업에서의 창조경제 활동 유형의 최우선 순위로 "ICT 및 첨단기술의 융합으로 스마트&그린카를 개발·생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스마트&그린카는 새로운 편의기능과 안전성을 제공하는 지능형 자동차로, 기존 내연기관 대비 연비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자동차를 말한다.
스마트카 부문에서 중요한 기술은 '소프트웨어'다. 디터 제처 다임러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자동차는 석유로 움직이고 있지만, 미래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운전시스템, 안전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오감과 기계를 연결해주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가 대표적인 사례로,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자동차가 이제는 센서를 통해 인간의 감성정보를 수집·해석해 주행을 지원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그린카 부문에서는 배터리로 대표되는 화학산업과 전기전자·파워반도체·설계를 통해 차의 연비효율을 높이는 한편, 차체 경량화를 위한 소재개발 등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 이내에 세상에 선보일 미래형 자동차는 영화에서만 봐왔던 자율주행 기능을 포함한 인공지능 자동차가 될 전망이다.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다가 컨트롤센터에서 움직이는 인공지능 자동차의 상용화를 접한다는 것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부사장은 "일본 닛산의 경우 2020년께 상용화할 것으로 보이며, 구글도 이 부분에 상당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도 자율주행차가 이미 개발돼 시험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창조경제의 사례로 지목한 '크루지움'도 주목해볼 만하다.
크루지움은 '크루즈+스타디움'을 뜻하는 융합형 선박을 뜻한다. 대형 크루즈선을 건조하는 STX그룹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을 유치한 국가들이 건설하는 육상 스타디움의 낭비성에 주목했다. 이들 국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스타디움을 건설하지만, 막상 대회 이후에는 이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1만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크루즈선에 4만명 정도를 수용하는 스타디움을 건설하면 어떨까 하는 점에 착안했다. 이렇게 하면 월드컵 같은 대형 이벤트를 개최한 후, 이를 차기 월드컵 개최국가에 임대해주면 된다. 스타디움을 그냥 놀리는 것보다는 이 같은 임대사업의 수익성이 더 높은 건 당연지사다.
카타르는 인구 200만명의 작은 나라이면서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12개의 대형 스타디움과 엄청난 숫자의 호텔을 지어야 한다. 당연히 월드컵이 끝나면 활용방안이 고민일 수밖에 없다. STX그룹은 2022년 월드컵을 치르는 카타르에 크루지움을 판매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인공지능 자동차와 크루지움 이외에도 창조경제의 사례는 다양하고 무한하며, 앞으로 더욱 많은 사례가 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창조활동은 중소·벤처기업이 만들어내는 '작은 창조' 못지않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대기업이 추진하는 '큰 창조'도 병행돼 이뤄져야 한다. 이에 창조경제 정책은 중소·벤처기업 못지않게 대기업들에도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태윤 전경련 산업본부 미래산업팀장은 "대규모 투자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필요한 큰 창조는 민·관이 같이 참여함으로써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해 제품화하는 작은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간다면, 창조경제는 대한민국을 알리는 또 다른 성공신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