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1일 국정감사에서는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 및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싸고 지휘 책임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실무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진술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의 발언은 ‘보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결재·승인이 있었는지’, ‘지휘 체계’, ‘수사 외압 여부’ 등을 놓고 논박이 이어졌다.
윤 지청장이 발언하면 조 지검장이 반박하고 다시 윤 지청장이 재반박하는 형태로 계속됐다.
국감장에 나온 윤 지청장은 “형사소송법상 구속과 체포는 다르다”면서 “국정원 직원법은 구속의 경우에만 사전 통보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17일 오전 6시 40분~ 7시 사이에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며 “국정원 연락관의 연락을 받고 국정원 측에 통보까지 해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압 의혹에 대해선 “(1차수사 당시) 73개의 댓글만 갖고도 서로 밀고 땡겼다”면서 “6만 개에 가까운 글이 발견된 만큼 신속한 체포가 아니면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공소장 변경 신청은 사안이 중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했다”며 “공소장 변경 신청은 4차례 검사장의 재가를 받았다. 부팀장이 (검사장에게서) 2번 승인을 받았고, 검사장 방에서도 2번 구두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과 사적인 대화를 했을 뿐 정식 보고가 아니다. 집에서 식사를 한 후 다과를 하다 윤 지청장이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깊이 검토하자고 돌려보낸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윤 지청장은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검사장이 ‘야당 도와줄 일이 있느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를 내면 해라, 순수성을 의심 받는다’고 말했다”며 “이런 상태에서 검사장을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윤 지청장은 “이번 사건에서 이진한 2차장검사가 지휘 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차장은 즉각 “검찰총장으로부터 수사 총괄 및 공보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반박했다.
조 지검장은 이와 관련, “검사 한 사람의 검찰 조직이 아니다. 모든 일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검찰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윤 지청장의 보고에서 있었던 것은 작은 하자나 흠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지청장이 보고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 보고라는 건 윗사람에게 통보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저의 지휘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이 일에서나 사생활에서 절도 있고 실력 있는 검사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책임은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제가 져야 할 것”이라며 “저는 이렇게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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