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왼쪽)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
더 큰 문제는 동양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이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달 1일 있을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종합감사에선 한층 날카로운 질의와 추궁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 위원장과 최 원장, 두 금융당국 수장은 보다 진실되고 명확한 해명으로 종합감사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아쉬운 위기대응 능력
21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수장들의 무모한 자충수가 동양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과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7~18일 금융위와 금감원 국감이 끝난 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됐다'는 혹평이 나올 정도다.
금융위와 금감원 국감은 예상대로 이른바 '동양 국감'이었다. 그러나 국감을 통해 동양사태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보단 신 위원장과 최 원장, 그리고 동양그룹을 둘러싼 의혹만 짙어졌다.
무엇보다 첫번째 자충수는 동양사태가 터지기 전 최 원장,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홍기택 산은금융그룹 회장 등이 모여 동양그룹의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봐주기 식'으로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처를 했다는 점이다.
부실 기업을 냉철하게 구조조정하기보단 동양그룹에 시간을 벌어주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동양그룹과 기업어음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최 원장마저 위기를 맞게 된 셈이 됐다.
◆의혹에서 위증까지…안일한 대처
금감원 국감에선 최 원장의 위증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국감이 일시 중단 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여졌다. 사실 국감 전부터 최 원장, 조 수석, 홍 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동양그룹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갔지만 금감원은 이에 대해 일절 해명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의원들이 국감을 통해 이른바 '청와대 회동' 사실 여부를 캐물으면서 사태는 급격하게 확산됐다. 최 원장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동양그룹에 대해 논의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공개한 산업은행의 답변서에 의해 "동양그룹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는 대답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은근슬쩍 의혹을 덮으려다 위증까지 하게 된 자충수였다.
김기식 의원 측은 "오히려 청와대 회동 관련 보도가 처음 나왔을 당시 동양그룹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면 국감에서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 측 역시 "최 원장이 국감 현장에서 거짓 답변을 번복했기 때문에 위증죄까지 성립되진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처음 청와대 회동 의혹이 보도됐을 때와 국감에서 처음 질의를 받았을 때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종합감사에서 신뢰 회복 가능할까
국감에서 동양사태와 관련한 의혹과 문제점들이 늘어난만큼 종합감사에선 신 위원장과 최 원장에게 더욱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사태 때문에 국감에서 묻혔던 다른 금융권 이슈들도 종합감사에서 본격 다뤄질 전망이다.
김기식 의원 측은 "종합감사에선 동양사태와 관련해 준비했던 내용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라며 "물론 동양사태 외에 금융권 전반에 대한 여러 문제들을 짚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일부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는 신 위원장과 최 원장이 종합감사에서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느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국감에서 불거졌던 불미스런 논란들을 교훈 삼아 동양사태 해결에 더욱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감이 끝난 후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 등 더욱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으므로 사퇴가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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