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국내 해운업계 업황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웅진·STX·동양그룹 등의 잇따른 몰락으로 회사채 시장 등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동양사태의 불똥이 해운업에까지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주요 해운업체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은 25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현재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기는 하지만 업계 3위인 STX팬오션의 경우를 더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한진해운은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CP 2050억원 외에도 내년까지 31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고, 현대상선 역시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CP가 4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각 해운업체들은 유동성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업계 1위인 한진해운은 이 돈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약 44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으나 선뜻 보증에 나서는 은행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현재 각 은행들을 상대로 영구채 발행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외에도 장기적으로 용선 운용의 효율화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방안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진해운은 영구채 발행과는 별도로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2위 현대상선은 이미 지난 8월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2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해 이날 224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일단 고비를 넘겼다.
문제는 앞으로 이들 해운업체에 대한 유동성 압박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영구채 발행이나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이 단기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방안은 되지만, 장기적으로 업황 자체가 좋아지지 않는 한 어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나, 채권단의 간섭이나 부실기업 낙인 우려 등으로 인해 기피되던 방안"이라며 "해운업체들이 이 같은 방안까지 시행하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697.18%에서 지난 2분기 835.2%까지 상승했고, 현대상선도 지난해 말 720.1%에서 올 상반기 895.09%로 높아졌다.
글로벌 해운시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점도 이 같은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BDI 지수가 1965(10월 9일 기준)를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고, 중국컨테이너선운임지수인 CCFI도 1040(10월 11일 기준)으로 전주 대비 50.9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근거로 웅진과 STX, 동양그룹에 이어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의 위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계 내 관계자는 "해운보증기금 등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정부에 의해 무산된 상황에서 STX와 동양사태 등으로 금융시장까지 위축돼 해운업계의 어려움은 계속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각 업체들의 유동성 확보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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