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와 수은에 대한 국감이 무산된 이유가 피감 기관의 잘못이 아니라,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 간 갈등이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정부와 공기업의 잘못을 따지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될 자리가 지나치게 정치적인 논쟁으로 왜곡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피감 기관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본업무를 미룬 채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고, 또다시 새로 잡힌 국감 일정에 맞춰 업무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2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23일로 예정이던 KIC와 수은 국감이 증인채택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 끝에 무산됐다. 오후 6시가 넘어서까지 여야 의원들 간 의견이 오갔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재로선 KIC와 수은 국감이 30일 다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날 열릴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갈등의 시작은 민주당 측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양건 전 감사원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건호 전 수자원공사 사장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기재위와 무관한 사안"이라며 거부했다. 또 민주당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외탈세 추궁을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증인 채택을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서울시 양육수당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하는 등 여야 의원들의 대립이 격화됐다. 결국 여야 의원들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국감은 무산됐다.
문제는 정치적인 논쟁으로 애꿎은 피감 기관들만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다. KIC와 수은 측은 '별수 있나'며 담담하게 심경을 밝혔지만, 황당하고 분통 터질 일이다.
수은의 경우 김용환 행장을 비롯해 20여명의 임원과 부서장들이 국감장을 찾았다. 일반 직원 20여명까지 합친다면 40여명이 업무를 뒤로 미룬채 온종일 국감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조직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KIC 입장에선 국감 때문에 십수명의 직원들이 업무를 중단한다는 게 더욱 만만치 않은 일이다. KIC 관계자는 "언제 갑자기 국감이 시작될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풀지도 못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수은 관계자는 "아쉽지만 다시 열릴 국감을 위해 스케줄을 재조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원들의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30일이 유력할 뿐 아직 국감 날짜가 공식 통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KIC와 수은처럼 국감이 연기되는 것 뿐 아니라 국감에서 단 몇초, 몇분 간 해명을 하기 위해 기관장들이 하루 일정을 완전히 포기해야 된다는 점도 기회비용 면에서 손실이 큰 게 사실이다.
지난 17일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은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밴 수수료가 인하되면 가맹점 수수료도 낮출 수 있다"는 한 마디를 한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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