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동양그룹 주력사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시멘트가 2010년 자본총계까지 부풀려가며 장부를 양호한 것처럼 조작, 수년 전부터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꼼수 발행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당시 동양시멘트는 자본총계를 900억원 가까이 과대계상했다가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를 통해 사채 발행조건을 정하거나 신용등급을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눠 구하는 만큼 총자본을 부풀리면 이 비율이 하락하면서 실제보다 양호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012년 2월 동양시멘트에 대해 2012회계연도상 자기자본을 실제보다 높게 계상했다는 이유로 시정 요구를 하는 동시에 증권발행 제한, 감사인 지정 조치를 취했다.
증선위가 지적한 과대계상은 2010년 7월 비상장사였던 동양시멘트가 코스닥 상장법인 골든오일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당시 동양시멘트는 골든오일을 합병하면서 합병준칙을 어긴 채 자산을 장부가액이 아닌 시가로 평가했다. 이 결과로 2012년 말 자본총계가 5514억원에서 6374억원으로 860억원 많게 계상돼 부채비율(부채총계 8391억원)도 152.2%에서 131.6%로 20.6%포인트 떨어졌다.
박권추 금융감독원 팀장은 "동양시멘트는 합병준칙에 따라 장부가액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했지만 매수법(시가)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며 "이런 이유로 증선위 조치가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총계를 실제보다 부풀리면 불어난 자본이 순자산으로 녹아들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보다 재무상황이 양호한 것으로 오판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신용평가사 또한 동양시멘트에 대한 2010년 신용등급을 전년에 이어 BBB-로 유지했다. 이는 올해 8월 BB+로 떨어질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동양시멘트가 자본총계 과대계상으로 상장폐지를 당했거나 분식회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면 등급 조정이 즉시 이뤄졌을 것"이라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징계인 증권발행 제한 및 감사인 지정에 그쳐 새로 등급을 매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동양시멘트 신용등급 산정 시 부풀려진 자본총계가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시중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부채비율"이라며 "차제에 수년 전부터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불법ㆍ부당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1일 동양시멘트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수 계단 떨어진 D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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