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동부그룹 금융사 동부캐피탈이 동양ㆍSTX그룹을 제외하면 국내 50대 재벌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어음(CP)을 계열사에 돌리고 있다.
법정관리 사태를 일으킨 동양ㆍSTX그룹에 비해 동부그룹 재무 상황이 훨씬 양호할 뿐 아니라 CP 내부거래 액수 또한 적어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는 평가다.
반면 중견그룹 재무건전성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는 때에 이례적인 내부거래에 나선 배경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부그룹 농산물유통업체 동부팜청과는 이달 23일 현대증권을 통해 10억원어치 동부캐피탈 CP를 매수했다. 만기(12월 30일)가 약 2개월 남은 CP로 회사채 발행이자에 해당하는 할인율은 6.1%다. 동부팜청과는 이뿐 아니라 작년 11월에도 30억원어치 동부캐피탈 CP(할인율 7.4%)를 동부증권에서 사준 바 있다.
회사가 밝힌 거래 목적은 일상적인 단기자금운용이다. 반면 이처럼 계열사끼리 기업어음을 돌리는 사례는 관련공시(특수관계인으로부터 CP 매수)로 확인 가능한 2011년 9월 이래 현재까지 동양그룹, STX그룹을 빼면 단 1건도 없다.
동양그룹 및 STX그룹은 각각 계열사 5곳(동양ㆍ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ㆍ동양시멘트ㆍ동양네트웍스), 2곳(STX팬오션ㆍSTX건설)이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다.
동부그룹은 동양그룹이나 STX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면서도 동양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기업집단현황 공시상 동부그룹 전체 계열사 부채비율은 2010년 약 470%를 기록한 뒤 이듬해 500%를 넘어섰으며 작년 말에는 510%선까지 높아졌다.
100% 자본잠식된 계열사 수 또한 2011년 7개에서 이듬해 15개로 2배 이상 늘었다. 동부인베스트먼트와 동부LED, 동부익스프레스마린, 동부월드, 동부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계열사에 CP를 매도한 동부캐피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산건전성을 볼 수 있는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은 2012년 들어 1년 새 약 30% 증가했다. 채권총액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같은 기간 11.3%에서 15.0%로 4%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캐피탈ㆍ동부팜청과 간 이번 CP 거래는 계열사 지원 목적이 아닌 단순 여유자금운용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자본잠식 계열사 또한 모두 비주력사로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동양 사태 이후 동부건설, 동부제철을 중심으로 수천억원대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닮은꼴' 논란도 잦아들고 있다"며 "다만 우려를 살 만한 행동을 피해야 할 시점에 계열사끼리 CP를 돌리는 배경은 궁금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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