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세정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역외탈세 근절과 지하경제 양성화 분야에서 선방했지만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위직과 하위직 가릴 것 없이 비리가 계속되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올해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4월 청와대 업무보고 때 지하경제 양성화를 골자로 한 세수 확충방안을 집중 보고한 바 있다.
올해 국세청은 숙원이던 FIU법 획득과 역외탈세 국제 공조 강화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이다. 그러나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 확보, 난제 많고 직원들의 비리로 도덕성 에 흠집을 냈다.
청와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국세청 업무보고에 만족하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보유 중인 각종 과세 관련 정보를 국세청과 공유할 것을 주문했다.
결국 올해 정기국회에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정보를 국세청에 넘겨주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조직의 숙원이던 FIU 정보 획득을 이뤄냈다.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를 끌어낸 것도 올해 큰 성과로 보인다. 국세청은 호주·일본·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과 '제43차 아시아 국세청장 회의(스가타)' 후 '스가타 선언'을 채택하고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정보 교환,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정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8월에 연이어 터져나온 국세청 전·현직 직원들의 비리로 도덕성에 타격을 받은 것은 조직을 흔들리게 했다. CJ그룹의 세무조사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이 구속되고,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지기에 이르렀다.
결국 김덕중 국세청장은 260여명의 간부들이 참석한 전국 관서장회의에서 국세청장을 포함한 고위직들의 대기업 관계자와의 사적 만남을 금지하는 등 5개항의 '국세청 쇄신방안'을 직접 발표해 사태를 가까스로 진정시킬 수 있었다.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국세청의 국세 수입 징수 저조, 세무조사 강도 및 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의 적절성 등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국세청의 국세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5조9000억원 부족하고 세금 징수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기업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국세청은 지하경제 4대 중점과제별·지방국세청별 목표도 없고 계획도 없이 무작정 노력만 하겠다고 한다"며 "숨은 세원을 발굴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과거와 다른 세수 확충방안이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어서 "국내 대기업과 자산가들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역외탈세를 한 정황이 언론을 통해 발표됐다. 국세청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안에도 뒷북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세정가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의 징세업무 규모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측한 것인데, 국세청이 일정 부분 억울한 면이 있다"면서 "FIU법 획득과 역외탈세에 대한 국제 공조가 올해 국세청의 성과인데,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 확보는 단시일에 결과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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