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살리기의 역설'… 외국계기업 지금 안방 점령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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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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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대기업 참여 제한' 정책이 오히려 외국계 기업에 안방을 내준 꼴이 됐다. 

상생을 위해 면세점·제과제빵·급식 등의 업종에서 중소기업들에 내준 자리를 대형 외국계 기업들이 잇따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경제민주화·동반성장·골목상권 살리기 등 선의로 시작한 정책들이 엉뚱한 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중기 살리기가 역설적으로 외국기업 살리기가 된 것이다.

◆ 세계 2위 업체가 진출한 면세점 중기 구역

최근 김해공항 면세점의 중소·중견기업 구역인 DF2구역 운영자로 듀프리 토마스줄리아코리아가 선정됐다. 모회사인 듀프리는 연매출 40억 달러(4조2000억원) 규모의 세계 2위 면세점업체다.

듀프리는 지난 8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유한회사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를 설립했다. 이 법인은 모기업과 관계 없이 중견기업 확인서를 한국에서 받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권 획득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외국계 기업의 지방공항 면세점 장악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향후 3년 내에 지방공항 7곳의 면세점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중기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빵집에도 외국계 기업의 침공이 시작됐다. 프랑스 최대 프랜차이즈 업체 르 더프 그룹에 속한 빵집인 브리오슈 도레가 4일 문을 연다. 르 더프 그룹은 지난 2011년 기준 연매출 11억500만 달러(1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출점을 못하는 동안 한국 시장을 점령하겠다는 전략이다.  

◆ 정부 급식·MRO 조달도 외국계 접수

대기업의 참여를 막은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권 역시 외국계 업체가 잇따라 접수하고 있다. 

아라코는 최근 정부세종청사 급식권을 따냈다. 이에 앞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신용보증기금·건강보험심사평가원·기술보증기금·도로교통공단·다산콜센터 등 대형 공기업의 구내식당 운영권을 차례로 확보했다. 아라코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본사 아라마크는 연매출 15조원 규모의 세계 3대 급식업체다.

정부 조달물량에서도 대기업을 배제하려다 오히려 외국계 기업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조달청은 '2012년 소모성 행정용품 구매대행업자(MRO)' 선정 과정에서 외국계 대기업인 오피스디포와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 지난해 MRO 전체 공급액 95억7000만원 가운데 오피스디포의 납품액은 25억2000만원으로 전체 공급액의 26.3%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추진한 정책들이 외국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중소기업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며 "처음부터 이 같은 우려가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해 결국 외국기업들에 안방을 내준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 "일본계 SSM, 유통법 적용 받지 않아"

유통산업발전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 일본계 SSM(기업형슈퍼마켓)들도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통법에 따라 국내 대기업 SSM은 전통시장 1㎞ 내에 점포를 오픈할 수 없고, 매월 2일씩 의무휴일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일본계 SSM은 유통법 적용을 받지 않아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전통시장 바로 옆에 매장을 여는 것이 가능해 골목상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계 SSM 트라이얼코리아는 현재 국내에서 12개 매장을 열었다. 본사인 일본 트라이얼컴퍼니는 현지에서 131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유통업체다. 연매출은 3조600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를 막았다고 중소기업 살리기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금지원, 기술특허 보호 등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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