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김근정 기자 =홍콩 재벌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실업 회장이 중국 대륙 부동산 매각에 이어 A주 상장사 지분도 대거 처분하며 중화권 투자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만연하다. 반면 리 회장의 유럽 자산 투자 행보는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중국 터우쯔콰이바오(投資快報) 6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부터 1일 사이에 리카싱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중국 증시 상장기업인 창위안(長遠)그룹의 지분 4317만주를 처분했다. 이는 전체 창위안 그룹 지분의 5%에 상당하는 규모다.
창위안 그룹은 리카싱 회장이 중국 본토 증시 상장사에서 유일하게 투자한 기업으로 그 동안 ‘리카싱 테마주’로 불려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만 리카싱 회장이 수 차례 해당 기업 지분을 매각하며 연초 35.76%에 달했던 리 회장의 지분율은 현재 20.76%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를 통해 리 회장은 총 9억1700만 위안의 자금을 회수했다.
리 회장의 중화권 투자 철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청쿵실업 및 계열사들은 아펙스 호텔, 홍콩계 수퍼마켓 체인 바이자(百佳), 상하이(相海) 루자쭈이(毓家嘴) 오리엔탈파이낸셜센터(OFC), 광저우(廣州) 시청(西城)두후이(都薈)광장과 주차장을 등의 매각의사를 잇따라 밝히며 중국 내 상업자산을 처분하고 있다.
반면 리카싱 회장은 유럽 투자에는 더욱 가속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리카싱 회장은 지난 6월 네덜란드 폐기물처리에너지회사 RAV를 인수했으며 앞서 영국 주요 가스업체인 노던가스네트워크와 웨일스앤웨스트유틸리티, 그리고 수자원관리업체인 노섬브라이언워터, 맨체스터 공항공사 인수까지 무서운 속도로 유럽 자산을 매입해왔다. 리카싱 회장이 ‘영국 정복’을 시작했다는 기사가 흘러나왔을 정도다.
최근엔 청쿵실업 계열사인 청쿵 인프라스트럭처 홀딩스(長江基建)가 현재 핀란드 최대 에너지기업 포텀의 전력공급사업 입찰을 준비 중이라고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門)이 7일 보도하기도 했다.
포텀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국가 16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대형 에너지회사다. 이번 전력공급 사업에 청쿵 인프라스트럭처 외에 투자회사인 헤이스팅스 펀드 매니지먼트, 퍼스트 스테이트 인베스트먼츠가 구성한 컨소시엄 등이 인수의사를 밝힌 상태다.
청쿵 인프라스트럭처는 스위스 금융회사 UBS와 함께 인수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업 규모는 약 20억 달러(약 2조1200억원)로 추산된다.
원톈나(溫天納) 홍콩 금융 및 은행 전문가는 "리카싱 회장의 최근 행보로 볼 때 청쿵그룹의 투자방향이 더이상 중화권과 아시아를 향하고 있지 않음이 재차 증명됐다"며 "중국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회장은 부동산투자회사인 청쿵실업과 허치슨왐포아 등을 운영하고 있는 홍콩 최대 갑부로 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지난해 리 회장의 자산은 300억 달러(약 3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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