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
의정부보훈지청장 정순태
11월11일은 ‘빼빼로 데이’.. 그러나 이것만은 기억하자!!
64년 전 6.25전쟁 당시 3일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한 달도 채 안 돼 대구 낙동강까지 밀려 내려가면서 자칫하면 지구상에서 영원히 없어질 뻔 했던 대한민국…
어렵게 그 위기를 벗어나 현재 풍요로움 속에서 옛일을 잊고 사는 우리들이다.
우리가 어떻게 그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는지, 누구의 도움으로 현재의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이날만큼은 되새겨보자!
6.25 당시 국군장병들과 미국을 비롯한 21개 UN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으로 지금의 우리가 있게 되었다는 것은 모르는 이가 없을 터. 우리 국군장병은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이역만리 타국에서 꽃다운 나이에 영문도 모른 채 싸우다 전사한 UN참전용사들의 희생은 그야말로 세계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숭고한 희생과 공헌이었기에 그 의미가 더하다.
이때 희생하신 각국의 참전용사를 모신 곳이 바로 부산에 있는 UN기념공원이다. 매년 10월24일은 유엔의 날이고, 11월11일은 UN군 6.25전사자를 추모하는 날이다.
‘Turn Toward Busan’으로 명명된 추모행사는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참전했던 캐나다의 빈스커트니씨가 한국전에 참전했던 전세계 참전희생용사들이 묻혀 있는 부산 UN기념공원을 향해 부산현지 시간에 맞춰 동시에 묵념하고 추모행사를 하자고 2007년에 제안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게다가 11월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면서 영연방국가의 현충일이고 미국에서는 재향군인의 날이기도 하다. 그런 배경과 의미를 지닌 Turn Toward Busan행사가 공교롭게도 빼빼로데이에 묻혀 아쉬움을 더하게 된다.
올해로 7번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국가보훈처가 참전국 용사와 가족들을 초청하여 대한민국을 위한 희생과 헌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참전국과의 지속적인 우호협력관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그동안 추진해온 행사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고 있는 한류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하고 싶다.
지난 9월 나는 6.25참전국이었던 터키와 그리스에 참전용사 현지 위로 행사차 방문했고, 직접 겪으면서 더 큰 느낌을 받았다.
분명 그들은 대한민국과 국민을 전쟁 후 60년이 지난 후에도 자기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폐허에서 기적의 발전을 이룬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와 국민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었고, 이런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해 전쟁에 참전했던 것에 대해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다면서 또 다시 전쟁이 발발하면 80노구를 이끌고라도 참전하겠다는 말을 앞다퉈하고 있었다.
참으로 혼자 가슴 뭉클하기에는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했던 그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결의에 차있는데 우리의 현실이 이러하니 답답함을 느낀다.
11월11일 11시 6.25때 참전했던 국가들 모두가 부산을 향하여 묵념을 하면서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도 잊지 말고 모두 추모의 시간을 가져보자!
이것이 나라의 평화, 나의 안전을 담보하는 첫걸음이고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