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 부흥을 위해, 산업의 쌀을 생산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입니다. 대일청구권 자금을 투자해 만든 기업, 일제 치하에서 박해를 받았던 우리 민족이 피의 대가로 받은, 그 돈으로 만든 기업입니다.
이런 포스코이기에 맨손으로 시작한 제철소 건설에 있어 실패는 없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헌신해서 회사를 키웠지만 그렇다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1992년 10월 2일 광양제철소 완공기념식을 끝으로 25년간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도 회사의 지분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고,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설립자가 이러니 제철소 준공 초반 박 회장과 함께 힘을 모았던 창업 1세대 ‘동지’들도 오죽했겠습니까.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를 만들어냈다는 자부심만 남았을 뿐, 이들 동지들은 퇴직 후 생활고에 빠진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제철소 건설에 모든 돈을 쏟아붓느라 직원들이 받는 급여가 그렇게 넉넉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 명예회장이 눈을 감기 전 “창업 1세대들이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였습니다.
포항 제철소와 광양 제철소에 내려갈 때마다 만나는 현장 직원 분들은 회사가 이뤄낸 기술과 업적을 설명하느라 약속된 시간을 먼저 넘겨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냥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탕발림으로 늘어놓는 자랑이 아니라 자부심과 애사심이 밑바탕에 깔고 자발적으로 드러내는 진심어린 속내입니다. 직원 부인들로 주로 구성된 제철소 홍보직원분들의 설명을 들을 때면, 남편보다 포스코란 회사를 더 사랑하는 구나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들 직원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늘 순진, 순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포스코는 정부투자로 설립된 회사였지만, 지금은 민간기업입니다. 전문경영인 지배구조 기업으로서 전 세계적으로는 최고의 철강기업이 됐고, 한국 기업사에서 보면 오너 기업이 주를 이루는 한국 재계에서 유일하게 10대 기업에 오른 기업입니다.
포스코가 이런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 발견한 것이 바로 구성원 스스로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후보자 양성 체제를 거쳐야 합니다. 그 과정은 매우 혹독하게 진행된다고 합니다. 잘못된 인사로 회사가 피해를 입는다면, 이는 곧 국민들에게 죄를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인사는 포스코가 내세우는 그 무엇보다 엄격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 시스템은 내부 구성원의 이해와 용납 속에 정착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시스템을 깨버리려는 사람들이 외부인들이라는 점은 한심하기까지 합니다. 태생의 한계 때문에 포스코는 정치권과 정부로부터 끊임없이 견제와 간섭, 압박을 받아야 했습니다. 마치 하이에나 같이 이들은 포스코의 발목을 잡는데 혈안이 됐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생존 때에는 그 분이 막아줬고, 박 회장이 살아있을 때에는 당신 스스로가 방패막이로 나섰습니다. 정권은 매번 바뀌지만 권력자들이 포스코를 바라보는 시각은 “내 이익을 챙기기 위해 반드시 손 안에 쥐어야 하는 수단”이라는 것에 변함이 없습니다. 내 사람을 회장 등 요직에 앉혀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는 현재의 임원들을 전 정권 사람으로 몰아붙여 쫓겨내는 건 옳은 일이라고 여기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과연 포스코를 위해 무슨 기여를 했으며, 무슨 이유로 포스코에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지 기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준양 회장을 내쫓기 위한 외부의 포스코 흔들기 작업이 본격화 된 것 같습니다. 한 사람 날려버리는 일은 사실 이들에게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울 겁니다. 아마, 결국은 그들이 원하는 데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누가 회장으로 와도 포스코 경영에 큰 구멍이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워낙 외풍을 많이 맞다보니 포스코는 CEO 한 두명이 자리를 비운다고 해도 경영공백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들 덕분에 포스코가 경쟁력이 더 강해진 것 아니냐는 쓴 웃음이 나옵니다.
포스코의 역사를 하나씩 알아가면서 느낀 것은, 정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의 최고 경영자들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포스코라는 조직, 회사의 독립성과 자립을 위해 외풍에 맞서 싸웠다는 겁니다. 전 정권의 악습을 현 정권도 똑같이 벌이는 것을 눈 앞에서 바라보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포스코를 흔들기 위해 굴리는 잔머리를 국민들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에 쓰셨으면 합니다. 최고 권력자의 집권을 도왔으니 대가를 받아야 하는 이들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잘 압니다만, 욕심을 채우려고 하지 않는 포스코 임직원들의 도덕성에 발끝이라도 따라가고 싶다면, 그 분들도 그만 욕심을 버리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버지가 이런 외부인들의 견제를 막아내며 키워낸 포스코를 옆에서 지켜봐 온 자식으로서 정작 스스로가 외부인과 손잡고 포스코를 흔드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다시 한 번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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