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수도 마닐라사 보니파시오(Bonifacio) 지역에 소재한 한진중공업 마닐라 사옥. 마닐라(필리핀)= 채명석 기자
아주경제(필리핀 마닐라ㆍ수빅) 채명석 기자 = 한진중공업이 대규모 조선소를 건설할 후보 국가로 필리핀을 선택한 이유는 이곳이 회사의 제2의 영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한진중공업 건설 부문은 일찍부터 해외건설에 눈을 돌렸다. 1971년 미신탁 통치령이던 포나페 상하수도 공사를 시작으로, 1972년 말레이시아(사바주 타와우항, 원유 선적 부두시설(Oil Jetty) 공사)에 이어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움라지-알와지간 도로공사), 필리핀에 진출(민다나오섬 도로공사), 1975년 이란에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의 선구자 역할을 담당하며 건설한국의 영토를 넓혀 왔다. 이후에도 이라크, 나이지리아, 괌, 미국, 일본, 홍콩, 중국 등 미주, 중동,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왔다.
◆국내 최초 필리핀 진출, 시공실적 1위 위상
이 가운데에서도 필리핀은 국내 최초 진출 업체로서 현자 외국건설사 중 시공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1973년 민다나오 도로공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0여년간 공항, 항만, 교량, 도로 등 총 34억달러에 달하는 75개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며 현재에도 4개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05년에는 총공사비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마닐라 경전철 공사를 7년여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다시 한 번 한진중공업의 명성을 현지인들에게 각인시켰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필리핀은 일본업체들의 견제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자력으로 필리핀 정부 발주 사업을 따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에 한진중공업 우리 정부가 필리핀에 제공하는 대외원조 사업을 맡아 공사를 진행했으며, 공사를 진행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현지인들의 문화와 사업 환경이 하나씩 축적돼 이제 필리핀 국민들 사이에서 한진중공업은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부산 영도조선소에 이은 새로운 대규모 건설 부지로 필리핀을 선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2005년 필리핀 정부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미군 해군기지가 빠져나간 필리핀 수빅만 경제자유구역내에 약 304만1322㎡(92만평) 부지에 총 7000억원을 투자하여 조선소 및 철구공장 건설을 수행했고, 지난 2009년 4월에 2단계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수빅 조선소는 필리핀 최대 규모의 조선소가 됐으며, 수빅조선소의 완공으로 필리핀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대 조선강국에 오르게 됐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마닐라 사옥 전경. 사진제공= 한진중공업
한편, 섬이 많고 지역간 이동시간이 긴 필리핀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필리핀 정부는 주요 국책사업으로 공항 건설에 힘을 쏟아왔다. 한진중공업은 국내에서 쌓아온 독보적인 공항실적을 바탕으로 수빅국제공항, 다바오 국제공항, 바콜로드 공항, 라긴딩안 국제공항 등의 건설에 주관사로 참여했으며 현재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주(Misamis Oriental) 지역에 약 1억달러 규모의 라긴딩안 공항공사를 건설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무한 신뢰 구축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발적으로 오고가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한진중공업은 1973년에 마닐라 지점을 개설헤 현재까지 활발하게 운영해오고 있으며 2007년 12월에는 마닐라의 강남이라 불리우는 글로벌시티 보니파시오(Bonifacio) 지역에 건설부문 마닐라 신사옥을 준공해 한진중공업의 현지 내 위상을 높인 바 있다. 사옥은 지상 17층, 지하 5층, 연면적 2만6190㎡ 규모로 수빅조선소와 함께 한진중공업그룹의 해외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 한진중공업
40년간 건설해 온 필리핀의 수많은 인프라, 수빅조선소의 건립을 통해 2만 여명의 고용을 창출했으며, 지역사회 봉사, 현지 국가기관 및 업체와의 꾸준한 유대관계 유지 등 많은 노력을 통하여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지인 직원들은 이직률이 높기로 유명한 필리핀에서 10~20년씩 장기근무를 하고 있다.
박충환 한진중공업 마닐라 지점장은 “국내 조선소의 협소한 부지를 극복하기 위해 수빅만에 조선소를 짓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건설부문의 현지화 전략에 따른 확고한 기반과 위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필리핀 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는 한진중공업이 타국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었던 파격적인 조건의 혜택과 지원을 얻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랜 세월 쌓아온 정치, 사회적인 인맥과 풍부한 경험에 따른 필리핀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는 수빅조선소 건설의 성공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져 착공한 지 불과 3년 만에 수빅조선소의 모든 시설물을 완공하고 필요한 장비 및 기기를 완벽하게 설치해 냈다.
박 지점장은 “향후 한진중공업은 현지법인을 활용한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한편 필리핀 정부의 국책사업을 비롯하여 주변 동남아 국가의 건설공사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라며, “수빅조선소의 최첨단 설비와 필리핀에 뿌리내린 회사의 오랜 노하우를 통해 사업 다각화와 수익경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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