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아빠 없는 '아빠 어디가'…고육지책을 화제성으로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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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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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아빠 어디가'가 송종국 아내 박잎선의 등장으로 '엄마 어디가'로 변했다. 아빠 대신 엄마와 여행을 떠난 지아는 눈에 띄게 침울한 모습으로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고 안방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의 애초 기획의도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10일 방송된 MBC '일밤-아빠! 어디가?(연출 김유곤 강궁)에서는 다섯 가족들이 전통 예절과 효를 배우러 충남 공주로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지아는 축구 경기 중계로 늦게 합류하는 아빠 대신 엄마와 함께 녹화 현장에 등장했다. 애초 지아만 맡기고 자리를 떠나려 했던 엄마는 "이왕 오신 거 맛있는 것도 해 주실 겸 참여해달라"는 성동일의 말에 '아빠 어디가' 출연진과 함께 하기로 했다. 윤후도 "이모가 해주시는 밥을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올려 지아 엄마의 참여를 도왔다.

평소 습관대로 짐을 놔두고 차에 탄 지아를 본 엄마는 "네가 항상 이렇게 아빠를 부려 먹었구나"라고 콕 찍어 말했고 아빠와 달리 자신의 응석이나 투정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엄마에게 서운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차에 올라타서도 "오늘 지아가 제대로 걸렸다"며 독한 신고식을 알렸다. 지아는 "오늘은 엄마가 왔으니까 안 울 거다. 엄마는 우는 걸 엄청 싫어한다"면서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보다 훨씬 더 예쁘게 머리를 땋아줘도 지아는 연신 입을 내밀었다. 지아는 엄마의 등장이 달갑지 않은지 떨떠름한 표정만 지어댔다.

엄마의 180도 다른 교육법은 서당에서도 이어졌다. 사자소학을 배우던 지아가 공부가 어렵다며 눈물을 보이자 박잎선은 "눈물 닦아! 네가 아기야?"라며 크게 호통쳤다. 무조건 지아를 달래는 아빠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박잎선은 지아에게 사자소학을 천천히 설명했지만 한자에 어려움을 느낀 지아는 공부를 안 하겠다며 꾀를 부렸다. "아빠한테 이렇게 했었느냐. 노력하겠다는 자세가 안 돼 있다"는 엄마의 모습은 아빠의 그것과 확연히 달랐다.

송종국의 유별난 '지아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평소 지아가 울거나 보채면 송종국은 딸을 어르고 달래기 바빴다. 송종국의 지나친 '딸바보' 모습은 때로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날 박잎선은 엄마와 아빠가 다르다는 확실한 교육법과 함께 딸 지아가 사랑스럽게 자라나는 과정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빠의 빈자리를 엄마가 대신 채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박잎선의 출연은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화제성 때문인지 이날 '아빠 어디가'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지켜냈다.

그러나 박잎선의 등장은 기획의도와 사뭇 달라 보인다. '아빠 어디가'는 엄마에 비해 쉽게 친해질 수 없는 아빠와 자녀가 여행을 떠나면서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리고 그 속에서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송종국이 피치 못할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게 됐다면 다른 날짜에 녹화를 하거나 송종국·지아 부녀를 제외하고 녹화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식이 사실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단순한 방법은 아닐지 생각해볼 일이다.

재미와 화제를 불러일으킬 생각으로 엄마를 부른다면 프로그램의 이름을 먼저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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